사실상 '마지막 초복', 보신탕집 '적막'…삼계탕은 북적[현장]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김범준·김서하·조서영 인턴기자 = 2027년 개식용 종식 시행을 앞두고 맞은 사실상 마지막 초복. 서울 시내 보신탕집은 한산한 분위기 속에 생존을 걱정하는 상인들의 한숨이 이어진 반면 삼계탕집은 아침부터 긴 대기줄이 늘어서며 대조적인 풍경을 연출했다.
15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경동시장의 한 보신탕집에서 30년째 가게를 운영 중인 배현동(80)씨는 손님 없는 식당 안을 바라보며 "예전 같으면 초복에는 바빴는데 지금은 10분의 1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노인분들이 많이 드셨는데 단골도 확 줄었다. 지금 오는 손님도 예전부터 오던 분들뿐"이라며 "간판을 '염소탕'으로 바꾼 뒤 오히려 손님이 더 줄었다. 외부에선 장사를 안 하는 줄 안다"고 전했다.
재료를 구하는 일도 갈수록 어려워졌다. 배씨는 "요즘은 현금이 아니면 물건을 안 준다"며 "예전엔 한 마리씩 넣어줬는데 지금은 현찰 방식으로 바뀌었고, 물량이 부족하니 가격도 올라 남는 게 없다"고 했다.
정부 지원 신청에 대해서는 "그런 걸 신청할 수 있는지도 몰랐다. 사진이나 많이 찍어두라고 주변에서 그러더라"고 말했다.
전업 계획에 대해선 "염소탕으로 계속 밀고 나가는 것 외엔 아직 정해진 게 없다. 정부에서 60~70년 된 가게에 2000만~3000만원은 줘야 이사라도 갈 텐데"라고 말했다.
인근에서 20년째 영업 중인 한 보신탕집 사장 윤모(55)씨도 상황은 비슷했다. 오전 11시20분 기준 6개 테이블 중 손님이 앉은 곳은 한 곳뿐이었다.
윤씨는 "손님이 90% 이상 줄었다"며 "종식 이행 계획서는 제출했지만 이후로는 언제 폐업·전업할 거냐는 확인 전화만 한두 번 왔을 뿐 실질적인 지원은 하나도 받은 게 없다"고 말했다.
그는 "매출 자료까지 다 가져가 놓고 실질적인 보상은 10원도 없다"며 "전업을 하려 해도 간판이며 식탁이며 다 바꿔야 하는데 보상이 없으니 전업 계획을 세우기도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재료비에 대해서는 "거의 3배가 뛰었고 그마저도 구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같은 시각 서울 동대문구 신진시장 보신탕골목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낡은 간판이 늘어선 시장 골목에서 보신탕을 파는 가게는 단 두 곳뿐이었고, 두 곳 모두 '보신탕·흑염소탕 같이 합니다'라는 플래카드를 내걸고 있었다.
오전 11시께 두 가게 모두 손님은 없었고, 종업원들이 재료를 손질하며 "초복인데 비가 와서 사람이 있으려나 싶다", "비가 아니어도 어차피 손님이 거의 없다"는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인근에는 외국인 관광객을 겨냥한 다국어 간판의 대형 닭한마리 가게들이 늘어서 있어, 한산한 보신탕집과 대조를 이뤘다.
오후 12시께 이 골목의 한 가게 주인은 취재진에게 "오늘이 대목이라 원래 다 미리 삶아놓고 준비해야 하는데, 어차피 사람이 없을 걸 아니까 딱히 할 일도 없다"며 "마음을 비우고 그냥 하는 거다. 지금도 봐라, 손님보다 취재진이 더 많지 않으냐"고 씁쓸해했다.
실제로 이 가게는 테이블 7개 중 4개만 찼고, 옆 닭한마리집은 입구부터 대기줄이 늘어서 있어 분위기가 극명하게 갈렸다.
오후 12시30분이 되자 분위기는 조금 달라졌다. 협소한 가게 안 10개 테이블이 모두 채워졌고, 대부분 연령대가 높은 남성 손님이었다. 테이블마다 소주병과 맥주병이 올라와 있었고, 여성 손님은 주로 흑염소탕을, 남성 손님은 보신탕을 주문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30년째 이 가게를 찾는다는 이모(70대)씨는 "화물 운수업을 하는데 나이 먹고 기운 차리려면 이게 필요해서 일주일에 한 번은 온다"며 원래 아내와 함께 오는데 이날은 시간이 맞지 않아 혼자 왔다고 밝혔다.
손님층은 대부분 고령층이었다. 회사 동료들과 함께 왔다는 문모(63)씨는 "어렸을 때부터 먹던 음식이라 평소에도 자주 먹는다"며 법 시행에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애완견을 먹지 않는 것과 식용으로 길러온 개를 먹는 것은 다른 문제"라며 "대체할 보양식이 마땅치 않다. 흑염소도 먹어봤지만 비린내 때문에 못 먹겠더라"고 말했다.
평생 이 음식을 먹어왔다는 이모(83)씨는 "생각날 때마다 와서 먹는다"며 "가게가 없어지면 못 먹는 거지 안 먹는 게 아니다. 없어지면 염소탕이라도 먹어야겠지만 우리 나이대 사람들한테는 이만한 게 없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방문한 윤모(72)씨는 "초복이라 왔다. 남편이 좋아해서 가끔 온다. 나는 염소탕, 남편은 보신탕을 먹는다"며 "법은 잘 모르겠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은 이거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고 하더라. 우리 애들도 먹는다고 하면 싫어한다"고 전했다.
그는 앞으로 대체 보양식에 대해 "그냥 삼계탕이나 먹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반면 서울 종로구 한 삼계탕집은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오전 10시 무렵 비가 그치며 포장 주문이 몰리기 시작했다. 오전 10시50분부터 대기 줄이 생기기 시작해 11시30분에는 대기인원이 60명대로 늘어났고, 오후 12시 이후로는 60~70명의 대기선을 유지했다.
대기줄에는 초등학생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섞여 있었고, 점심시간이 가까워지자 인근 직장인들도 대거 합류했다. 우산을 대여해 땡볕을 가리며 줄을 서는 손님들도 눈에 띄었다.
본관과 별관을 합쳐 550석 규모인 이 식당은 이날 본관이 꽉 차면 손님을 별관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오후 12시 무렵에는 직장인부터 가족 단위 외국인 관광객, 혼자 온 외국인 손님까지 30대에서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골고루 자리를 채웠다.
직장 동료 4명과 함께 온 박현영(28)씨는 "삼계탕은 자주 먹는데 여기는 처음"이라며 "회전율이 좋다고 해서 기다리는 건 괜찮다"고 말했다.
딸의 결혼을 축하하러 방한한 미국 플로리다주 가족 4명은 경복궁 관광 중 삼계탕을 처음 맛봤다고 전했고, 가족과 함께 여행 중인 중국인 촹(22)씨도 "삼계탕은 처음 먹는데 기대된다"고 말했다.
개식용금지법은 지난 2024년 2월 7일부터 시행됐으며 식용 목적의 도살과 사육·유통 등에 대한 처벌은 2027년 2월 7일 시작된다. 정부는 식용견 농장과 개고기 식당 등이 종식 이행 계획서를 제출하면 철거비, 전업 지원금 등을 지급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점포철거비 최대 250만원, 전직장려수당 최대 2000만원 등을 검토해왔다.
◎공감언론 뉴시스 hangseob@newsis.com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