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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고향인데 왜 여길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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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가 고향인데 왜 여길 몰랐지?

언제든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늘 미뤄두었던 길이다. 딸아이 집에서 지내며 한 달에 한 번 대구에 들르게 되니, 역설적이게도 이 자투리 시간마다 내가 사는 곳을 깊은 시선으로 들여다보게 된다. 늘 곁에 있어 소중함을 잊었던 고향이다. 타지에 잠시 머물다 돌아와 걷는 길, 마음 밑바닥에 숨어 있던 애향심이 잔잔한 물결처럼 피어오른다.

2·28 민주운동의 불꽃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7월 15일 대구의 더위는 대단했다. 저녁에 남산동에서 50년 지기 오랜 친구들과의 약속이 있어, 조금 일찍 집에서 나섰다. 어제 못다 본 골목투어 5코스의 나머지 구간을 탐방하기 위해서다.

첫 목적지인 2·28민주운동기념회관은 대구명덕초등학교와 이웃하고 있었다. 건물 좌우로 묵묵히 서 있는 소나무와 회화나무, 은행나무가 오랜 벗처럼 방문객을 반긴다. 1960년, 자유당 독재정권의 부정부패에 맞서 대구의 8개 고등학교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일으킨 대한민국 최초의 민주화 운동. 그 뜨거웠던 청춘들의 숨결이 1층 전시실에 오롯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이곳에서 지난 2023년 5월, 2·28 민주운동 관련 기록물 6점이 4·19 혁명 기록물과 함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최종 등재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교복 차림으로 스크럼을 짜고 옛 경북도청(현 경상감영공원) 앞으로 행진하던 고등학생들의 선명한 시위 사진, 수성천변에서 열린 장면 부통령 후보의 유세장 사진 등이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대구에 이토록 자랑스러운 세계기록유산이 있었다니. 미처 몰랐다는 부끄러움과 이제라도 알게 되어 다행이라는 안도감이 교차했다. 주변의 작은 것 하나도 자세히 보려는 노력은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을 시작한 후 생긴 기분 좋은 변화다.

열여섯 소년 태일의 꿈, 그리고 남겨진 자의 부채감

다음은 아름다운 청년 노동자 전태일 열사의 옛집이다. 2024년 11월, 열사의 54주기를 맞아 개관한 이곳은 순수하게 시민 3,000여 명의 후원금(8억 9,000만 원)으로만 부지를 매입하고 복원한 공간이다. 시민정신의 위대함에 가슴이 먹먹했다.

대문 없이 활짝 열린 마당에 서니 '전태일 의자'가 눈에 들어왔다. 의자는 열사가 그토록 배움을 갈망했던 기억을 증명하듯, 그가 잠시 다녔던 대구명덕초등학교 방향을 곧게 바라보고 있었다. 전 열사가 가족들과 함께 이곳에서 셋방살이를 한 것은 2년도 채 되지 않지만, 그는 이 시절을 인생을 통틀어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라 했다.

담에 걸린 문패를 보니 눈시울이 붉어졌다. 살아서는 단 한 평의 땅도 가지지 못했던 가난한 청년. 죽고 나서야 수많은 시민의 마음이 모여 마침내 '전태일'이라는 이름 석 자가 박힌 문패를 달게 되었으니, 늦은 그의 집들이 앞에서 살아남은 자가 느끼는 부채감에 쉽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실내 전시실에는 전태일 열사의 생애뿐 아니라 그의 평전을 쓴 조영래 변호사, 그리고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이야기가 소박하지만 묵직하게 전시되어 있었다.

침묵의 성지에서 올린 비신자(非信者)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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