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여성 무술감독? 여자여서 한계라는 말 두려웠다"

* '그 장면, 이 사람 - 영화 군체①'에서 이어집니다.
지금으로부터 15년 전, 스턴트우먼을 꿈꾸며 서울액션스쿨 및 대학 영화과 수업을 소화하던 그는 무작정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연상호 감독의 첫 장편 애니메이션 <돼지의 왕>(2011)을 보기 위해서였다. <돼지의 왕>은 그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3관왕을 차지했고, 이듬해엔 한국 장편 애니메이션으론 최초로 칸영화제의 초청을 받았다. 그는 인기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에서 하지원 배우의 액션 대역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이렇다 할 작품 활동이 없던 때였다.
그로부터 9년 후인 2020년, 그는 연상호 감독의 부름을 받는다. <반도>라는 영화였다. 유미진이란 이름이 장편 상업영화에서 '스턴트우먼'이 아닌 무술감독으로 처음 올라간 작품이었다. 당시 연 감독은 <부산행>(2016)으로 천만 관객을 동원하며 스타 감독 반열에 오른 뒤였다. 핵심 스태프로 참여했던 당시를 두고 유 무술감독은 "스승이었던 허명행 무술감독님과 함께였지만, 내가 참여하는 게 정말 괜찮을까 하는 의심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연 감독의 <군체>가 누적 관객 600만을 눈앞에 둔 지난 12일 경기도 파주에 위치한 서울액션스쿨에서 유 감독을 만났다. 끊임없이 자신을 의심하면서도 작품을 하나둘 쌓아온 그는 이제 국내를 대표하는 여성 무술감독으로 자리 잡았다.
[관객의 장면] 좀비들의 무한 회전... "250명이 함께 움직였다"
개봉 후 관객 사이에서 가장 언급되는 게 바로 후반부의 앤트밀(Antmill, 개미들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소용돌이 현상) 장면이다. "기괴하게 잘 뽑은 장면", "감독이 정말 보여주고 싶었던 장면 같다"는 평부터 "어떤 떡밥도 없이 갑자기 초기화되는 등 개연성은 떨어지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등의 반응이 나온다.
연 감독에 따르면 현대무용 군무의 일부 동작을 차용해 완성한 장면이다. 투자·배급사 쇼박스의 제안에서 출발한 장면이었는데 유 무술감독은 "연 감독님이 꼭 구현하고 싶어 해서 회의 때 무술팀과 안무팀에 수많은 이미지들을 보여주셨다"며 "지시가 명확했고 준비할 시간도 충분히 있었기에 크게 어렵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 장면은 다음과 같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를 개발해 사람들을 좀비로 만든 서영철(구교환)은 그들을 이용해 건물 봉쇄를 뚫는 데 성공한다. 결국 건물 밖 시민들마저 대거 좀비화되고, 이 상황을 끝낼 방법을 알게 된 생명공학자 권세정(전지현)은 좀비들의 체액을 온몸에 바른 채 서영철에게 돌진한다. 체액으로 정보를 교환하던 좀비들은 혼란에 빠져 큰 원을 그리며 끝없이 회전한다. 통제권을 되찾기 위해 서영철은 군체와의 연결을 끊어버리고, 이윽고 좀비들은 한꺼번에 바닥에 쓰러진다. 권세정에게 상황을 역전시킬 기회가 찾아온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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