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하며 죽어가는 여자 향한 유부남 감독의 솔직한 마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 나는 살며 몇 번쯤 아름다움이란 것을 보았는데, 그 아름다움은 내가 기대하지 않은 곳에 있을 때가 많았다. 오늘 이 글을 쓰기 전에 나는 아름다움이란 말을 딱 한 번 썼다. 그건 내가 가장 최근에 본 아름다움이기도 하였는데, 이순신 장군의 자취를 쫓는 벌써 수년을 이어온 프로젝트를 위해 전라남도 보성의 '열선루'에 오른 것과 관련한 글을 쓰면서였다. 그날 이순신의 가장 유명한 글, 그러니까 '금신전선 상유십이,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전선이 있습니다'란 문장이 든 그 장계를 생각하였다.
사람들은 이 장계에서 위의 여덟 글자를 가장 중하게 여기고 기억한다. 보성군이 이 글자만 따로 뽑아 누각 앞 비탈에도 조형물로 박아두고, 누각 현판으로도 써 걸어두고, 급기야 동상에도 붓글씨 형상으로 새겨둔 것이 그래서일 테다. 그러나 나는 열선루에선 도무지 찾을 길 없는 그 다음 문장들을 떠올린다. 모함으로 고문을 당하고 기만과 항명의 죄를 벗지 못한 채 백의종군한 장군이 처음 받은 장계에서 적은 전에 없던 문장들 말이다. 위 여덟자 다음에 그는 '금약전폐주사 今若全廢舟師', '지금 수군을 없애면'이라 왕명을 그대로 적은 뒤 벌어질 참극을 묘사한다. 그리고 다시 '신불사 臣不死', '신이 죽지 않으면'이란 단서를 단 희망을 적는다. 왕이 장계 가운데 적힌 전에 없던 문장을 어찌 읽었을까. 장군의 운명이 이로부터 정해졌음을 나는 이해한다.
금약전폐주사, 그리고 신불사. 이 적막하고 고독한 문장들로부터 나는 기대한 적 없는 아름다움을 느낀다. 이들 문장에 깃든 각오, 치러야 할 무게, 그로부터 얻어내고 감당하려는 것이 무언지 아는 까닭이겠다. 세상 많은 아름다움은 이처럼 당혹스러운 곳으로부터 온다.
기대한 적 없는, 당혹스런 아름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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