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늘려도 해결 안돼"... 지역의료 혁신, '이것' 없인 다 헛일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의사 수 부족'만으로 설명하면 해법도 잘못 갑니다. 사람 몇 명 더 보내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권한과 재정, 의사결정 구조를 바꾸고 공공이 책임지는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국무총리 소관 의료혁신위원회 산하 지역·필수·공공의료(지필공) 전문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백근 위원장(경상대 의과대학 교수)은 지역의료 위기의 본질을 '의사 부족' 이전에 구조 문제에서 찾았다. 수도권 집중과 시장 중심 의료체계가 지역의 필수의료 공백을 키웠고, 이를 해결하려면 지역에 권한을 나누고 국가 책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의료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의료혁신위는 출범 반년 만에 산모등록제 도입과 간호·간병 체계 개선 등을 정부에 권고하며 의료개혁 논의를 본격화했다(관련 기사 : 의료혁신위, 모든 임산부에 '산모 등록제' 도입... 정부에 제안 https://omn.kr/2iu81 ) . '생명의 시작부터 돌봄의 마지막까지 국가가 책임지는 기본의료 구현'을 내세운 이번 권고 이후 각 전문위원회의 후속 논의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필공 전문위원회는 초고령사회, 미래환경대응 분과와 달리 지금 당장 현장에서 작동할 해법을 만들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경남 진주에 있는 정 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지난달 27일 전화와 서면 질의를 통해 진행됐다. 그에게 그동안 위원회의 논의 과정, 내부 논쟁, 해법, 진단 등을 물었다.
"혁신안 뼈대 만드는 일… 다양한 의견을 현실 정책으로 엮는 게 과제"
지필공 전문위원회는 지난 3월 첫 회의 이후 매월 두 차례 안팎의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위원은 약 18명 규모다. 정 위원장은 전문위원회의 역할을 "정책 집행이 아니라 혁신안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의료혁신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리는 구조입니다. 전문위원회는 내용을 구체화하고 혁신안의 토대를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여러 분야 전문가 의견을 반영해 실제 작동 가능한 안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쉽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과제이기도 합니다."
특히 자신이 맡은 지역·필수·공공의료 분과가 다른 분과와 결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는 "초고령사회나 미래 대응은 장기 전략 성격이 강하지만 지역필수의료는 지금 당장 대응해야 하는 문제가 많다"면서 "이미 지역 의료 공백이 심각하기 때문에 현실 대응 중심의 혁신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역의료 위기의 본질은 의사 부족만이 아냐"
정 위원장은 오랫동안 지역보건의료와 공공의료를 연구해 왔다. 그는 지역필수의료 공백을 단순히 '의사 수 부족'으로 설명하는 데 선을 그었다.
"의사의 절대적 부족은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데 여기에 수도권 중심 경제개발 구조와 민간 중심 상업적 의료공급 체계가 결합되면서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더 심화됐습니다."
그는 향후 5~10년 안에 가장 먼저 손봐야 할 과제로 재정과 의사결정 구조 개편을 꼽았다.
"지금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지역필수의료 자원을 계획적으로 배치할 수 있는 권한과 수단이 매우 부족합니다. 단순히 예산을 늘리는 문제가 아닙니다. 별도의 재정체계를 만들고 지역 단위에서 의료를 설계·집행할 수 있는 공공 거버넌스(민관 협치)를 구축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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