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을 때 이것 넉넉히 넣어준 것 뿐인데... 주렁주렁 달린 단호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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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여름 햇살이 내리쬐는 요즈음, 우리 집 텃밭에서 가장 기세등등한 주인공은 단연 호박이다. 지난봄, 열서너 구덩이를 파고 정성스레 단호박을 심었다. 직접 포트에 씨를 뿌려 싹을 틔우고 5월 초순 밭으로 옮겨 심을 때만 해도 이 가냘픈 녀석들이 제구실이나 하려나 싶어 애틋한 마음이 앞섰다.
하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땅에 뿌리를 내리고 어느 정도 자라 탄력을 받더니 이내 놀라운 저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어찌나 세력을 떨치는지 넝쿨을 사방으로 뻗으며 옆에서 자라는 다른 작물들까지 모두 품을 기세다.
하루가 다르게 우거지는 초록 잎사귀를 들추던 아내가 연신 감탄사를 터뜨린다.
"와, 어느새 이렇게 주렁주렁 달렸을까? 당신 혹시 마술을 부린 거 아냐?"
아내의 칭찬에 짐짓 쑥스러워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마술은 무슨 마술! 심어놓고 놔두었는데 제가 알아서 큰 거야."
내가 한 일이라곤 작은 모종을 땅에 심어 줄 때 미리 밑거름을 넉넉히 넣어준 것뿐이다. 그런데 넝쿨은 노란 꽃을 피워내고, 꽃이 진 자리에 탐스러운 열매를 매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 작은 텃밭에도 자연이 펼쳐 보이는 신비가 깃들어 있는 듯하다.
백합을 닮은 얼굴, 박과의 억척스러운 핏줄
흔히 사람들은 보잘것없는 것을 비유하며 "호박꽃도 꽃이냐"라고 말하곤 한다. 그러나 허리를 숙여 가까이 들여다본 호박꽃은 더없이 소박하면서도 놀라운 생명의 비밀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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