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절대 모를 '화법', 구순 앞둔 엄마가 숨긴 진짜 마음

엄마는 TV에서 KBS <한국인의 밥상>, <6시 내고향> 같은 방송을 즐겨 보신다. 전국의 멋진 풍경과 특색 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장수 프로그램들이다. 엄마는 가끔 내게 말씀하신다.
"어디에 가면 무슨 한정식집이 있는데, 반찬이 맛깔스럽게 보이더라."
"어디에 무슨 나무가 있는데 글쎄 얼마나 큰지 몰라."
"거기 꽃 축제 한다더라."
구순을 앞둔 엄마는 여전히 세상에 대한 관심과 궁금함이 많으시다. 하지만 노쇠한 아빠를 두고 혼자 돌아다닐 수 없다며 여행을 꺼리신다. 나는 당일치기로 바람 쐬러 가자고 몇 차례 설득했다. 그때마다 엄마는 완강히 거부하셨다.
"네 아빠가 편찮으신데 어딜 가냐."
"넌 그렇게도 사정을 모르냐."
엄마는 자신의 바람을 쉽게 뒷전으로 미루셨다. 나들이 계획은 번번이 무산되었다. 나는 속으로 말끝을 흐렸다.
'엄마 인생도 그리 길게 남지 않았어요...'
그러다 며칠 전 대학생 손자가 말했다.
"할머니, 저 다음 주에 기말 시험 끝나요. 목포에 한 번 다녀오시죠. KTX 타고요."
엄마의 화법
그런데 엄마가 '싫다'는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이때다 싶어 서둘러 여행 계획을 짰다. 기차 시간을 알아보고 동선을 짜고 식당을 검색했다. 비가 올 경우를 대비해, 가까운 온양에서 온천욕 하는 2안도 준비했다. 전에 엄마가 온천을 좋아하셨던 기억을 떠올리며 이만하면 빈틈없는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6월 하순의 목포 여행 계획을 말씀드렸다.
"목포가 멀어 보여도 KTX 타면 금방 가요."
식탁 맞은편에서 엄마가 살짝 미소 띤 얼굴로 "응, 응"하며 들으셨다. 나는 날씨가 안 좋으면 온양으로 가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 순간 엄마가 눈을 약간 아래로 내리셨다. 몇 초 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엄마가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미소 띤 표정은 그대로였다.
"온양도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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