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가 447억원이었는데…11.6m 티라노, 746억원에 팔렸다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6700만년 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T. rex·티렉스) 화석 ‘거스’가 5010만달러(약 746억원)에 팔리며 공룡 화석 경매 사상 최고가 기록을 새로 썼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길이 11.6m인 거스는 이날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전화로 참여한 익명의 입찰자에게 낙찰됐다. 소더비가 제시한 예상가는 2000만~3000만달러(약 298억~447억원)였다.
종전 최고가는 시타델 창업자 케네스 그리핀이 2024년 스테고사우루스 화석 ‘에이펙스’를 4460만달러(약 664억원)에 사들이며 세운 기록이었다. 거스의 낙찰가는 종전 기록보다 550만달러 높았다.
입찰에는 5명 이상이 참여해 약 10분간 가격 경쟁을 벌였다. 호가가 3700만달러에서 주춤하자 경매 진행자 필리스 카오는 티렉스가 먹잇감을 무는 모습에 빗대 “티렉스답게 한입 더 크게 베어보시죠”라고 농담하며 추가 입찰을 유도했다.
거스는 전체 골격을 이루는 뼈 가운데 61%가 발견됐다. 발견된 뼈를 질량 기준으로 환산하면 전체 골격의 75~80%에 해당해 지금까지 발견된 티렉스 가운데 골격 완성도가 가장 높은 표본 중 하나로 평가된다.
거스는 미국 사우스다코타주의 대표적인 화석 산지인 헬크리크 지층에서 발견됐다. 발굴팀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거스를 발굴한 뒤 약 3년에 걸쳐 뼈를 세척·보존하고 골격을 조립했다. 각 뼈가 발견된 위치도 일일이 기록했다.
‘거스’라는 이름은 화석이 발견된 26㎢ 규모 목장의 공동 소유주였던 고 게리 ‘거스’ 리킹에게서 따왔다. 리킹은 아내 데이나와 함께 이 목장을 소유했다. 발굴팀은 해마다 약 5개월씩 현장에 머물며 약 650㎡에 걸쳐 발굴 작업을 벌였다.
공룡 화석 시장은 2020년 티렉스 ‘스탠’이 3180만달러에 팔린 것을 계기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에 앞서 1997년 티렉스 ‘수’가 세운 840만달러 기록은 23년간 유지됐다. 스탠은 아부다비 문화관광부가 구입했으며 2025년 문을 연 아부다비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돼 있다.
고가 낙찰이 이어지면서 경매에 나오는 화석이 늘었고, 상업 발굴업자들도 여러 해가 걸리는 발굴 작업에 더 많은 자금을 투입할 수 있게 됐다. 티렉스 수와 스탠을 발굴한 피터 라슨 블랙힐스연구소장은 “화석의 가치가 엄청나게 달라졌다”며 “사람들이 화석에 그만한 값을 지불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화석은 오래전부터 유명인들의 고가 수집품이기도 했다. 배우 러셀 크로는 2008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서 모사사우루스 두개골을 3만5000달러에 샀다. 니컬러스 케이지는 2007년 공룡 두개골을 27만6000달러에 낙찰받았으나 몽골에서 불법 반출된 사실이 드러나 반환했다.
미국에서는 사유지에서 발굴된 화석은 토지 소유주의 재산으로 인정돼 거래할 수 있다. 반면 연방 토지의 척추동물 화석은 허가를 받아 발굴해야 한다. 발굴된 화석은 연방정부 소유로 남으며 정부가 승인한 박물관이나 연구기관에 보관된다. 이 때문에 상업 발굴이 새로운 화석 발견을 늘린다는 주장과 희귀 표본이 개인 수장고로 들어가 연구와 공개 전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커크 존슨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장은 “현재 알려진 티렉스 표본은 약 50점으로, 거스가 유일한 표본은 아니다”며 “희귀한 신종 화석이 경매 뒤 사라지는 것은 안타깝지만 개인 소장 화석이 나중에 박물관에 대여되거나 기증되는 사례도 많다. 단순하게 볼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yunghp@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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