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공사 동의서 사인 받다가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모두가 자고 있던 한밤중이었고, 장마가 시작되기 전이었다. 욕실에서 나는 듯한 그치지 않는 물소리가 이상했다. 불안한 예감은 적중했고, 안방 화장실의 수전이 터지고 말았다.
수리한 적 없는 22년 된 아파트. 이사 오던 10년 전만 해도, 꽤 근사한 집이었다. 세 아이를 기르기에 적절했던 1층 집. 물이 새는 곳도 없었고, 배드민턴장이 앞에 있어서 일조량마저 충분한 볕 잘 드는 집.
그러나 10년의 세월을 피할 수 없었고, 집은 낡았으며, 여기저기가 고장 났다. 변기가 고장 났고, 주방 수전이 망가졌다. 마루는 벗겨졌고, 벽지는 색이 바랬다. 손재주 좋은 남편의 솜씨로 고치며 버텨오던 날의 정점이 찍힌 것이다.
한밤중에 수전이 터져서 속절없이 아까운 온수가 뿜어져 나왔을 때, 얼마나 막막했던가. 관리사무소에 문의하고, 24시간 긴급출동 기사를 부르기까지 우리의 당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관리사무소의 안내에 따라 양수기 함에서 냉온수를 잠갔지만, 소위 '밀리는 현상' 때문에 온수가 그치지 않았다.
새어 나오는 온수를 온몸으로 맞으며, 기다란 수전 몸체를 떼어낸 남편은 결심했다. 이사할 길이 열리지 않으니, 집수리를 제대로 해야겠다고.
낡은 집 이사 대신 수리를 결심
대략 4개의 인테리어 업체와 상담을 하고 난 후, 우리가 내린 결론은 '반셀프 인테리어'였다. 기술이 필요한 부분(전기, 설비, 도배 등)은 전문가를 섭외하고, 우리가 직접 현장 관리와 공정 순서를 결정하기로 한 것이다. 비용의 부담을 느끼는 우리로서는 인테리어 업체마다 견적하는 가격의 차가 크다는 것에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작지 않은 리스크를 떠안아야 했다. 정보를 찾고,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꽤 많은 시간과 발품이 들어갔다. 공정 당 서너 개의 업체와 상담을 했고, 그 상담에 지칠 즈음에 3주간의 일정이 확정되었다.
부담이 컸다. 남편은 휴가를 자주 써야 했다. 아이들은 실측을 위해 자꾸만 집으로 찾아오는 낯선 이들로 인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그 모든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은 하자 없이 완성될 새로운 집에 대한 기대 덕분이었다.
'끝나면 너무 행복할 거야'라는 희망을 안았지만, 가장 먼저 맞닥뜨린 곤란은 '입주민 동의서'에 서명을 받는 일이었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반셀프 인테리어를 결심했는데,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대행업체를 이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심장은 얼마나 쿵쾅거렸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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