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사태, 사과·묘역 참배가 끝 아냐... 아이들 충분히 치유했나 봐야"

최근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응원 구호를 외쳐 충격을 주었다. 스타벅스가 5월 18일에 '탱크데이' 이벤트 진행해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논란을 차용한 구호였기 때문이다.
사실 요즘 10대들 사이에서 조롱과 혐오가 놀이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 지적이 많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 배재고 사태를 비롯해 10대들 사이에 퍼져 있는 조롱과 혐오 문화에 대해 들어보고자, 평교사 출신으로 21대 국회의원을 지낸 강민정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지난 8일 서울 충무로역 인근 징검다리교육공동체 사무실에서 만났다. 다음은 강 전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혐오와 조롱이 일상의 문화가 되고 있어"
- 최근 제81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자'라고 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너무 마음이 아팠어요. 학생들과 관련된 문제가 큰 사회 이슈가 됐는데, 결국 학생들 사이에서 일어난 혐오와 조롱이 문제가 된 거잖아요. 배재고 사태는 청소년 사이에 혐오 문화가 얼마나 만연해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동안 교육계와 사회 일각에서 극우가 놀이화되는 청소년 문화를 걱정해 온 분들이 많았는데, 그게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논의의 출발점이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 이것의 근본 문제는 뭘까요?
"두 가지 측면이 있다고 봐요. 하나는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민주주의 약화예요. 좀 더 적극적으로 말하면, 반민주주의적 의식이나 정서가 상당히 넓게 퍼져 있다는 걸 보여주는 거고요. 다른 하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혐오와 조롱이 일상의 문화가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거죠.
민주주의의 기초는 동료 시민에 대한 존중인데, 혐오나 조롱은 그 존중과 양립할 수 없어요. 예전에는 공적 공간에서의 혐오나 차별을 자제해야 한다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게 많이 약화된 것 같아요. 상대에게 상처를 주든 말든 내 느낌대로 얘기해도 문제라고 느끼지 않는 인식이 생긴 거죠. 이건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 약화라는 사회 변화가 기저에 깔린 결과라고 봅니다.
특히 청소년들은 디지털 친화적인 세대라 스레드나 인스타그램 같은 매체 속에서 혐오나 차별이 놀이처럼 자연스럽게 퍼져 있었어요. 그동안은 공적 공간에서 잘 드러나지 않았는데, 청룡기 대회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까지 아무 문제의식 없이 그런 행동을 해도 괜찮다는 인식이 전면에 드러난 게 아닌가 싶습니다."
- 몰라서 그랬다는 말이 많은데요, 그건 어떻게 보세요?
"5·18에 대해서 모르지 않아요. 고교 야구 선수들이고, 이미 학교 교육을 통해 배웠고, 수십 년간 해마다 5·18 추모식이나 기념식이 뉴스에 나오잖아요. 최근에는 5·18을 헌법전문에 넣자는 논의도 있었을 만큼 사회적 합의가 있었던 거고요.
이번 경기 상대가 광주일고였잖아요. 다른 학교가 아니라 광주일고 선수들을 대상으로 그런 발언과 행동을 했다는 건, 배재고 학생들이 5·18과 광주에 대한 최소한의 정보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행동이라고 보는 게 맞아요. 그러니 몰랐다고 얘기하는 건 그 학생들을 과잉 엄호하려는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 운동부의 교육은 어떤가요?
"원래 학교 대표 선수들은 훈련을 위해 수업에 거의 안 들어와도 됐는데, 지금은 기본 수업을 다 이수하면서 훈련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어요. 저는 그게 맞다고 봐요. 초중등 교육은 시민이면 알아야 할 보편 교육이고, 선수도 그런 소양을 갖춰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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