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지난달 발달장애인 화가 강호윤 작가의 개인전을 취재하면서 만난 여울 작가. 당시에는 전시를 준비하는 어머니의 모습이었지만, 이번에는 27년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아들과 함께 걸어온 삶을 담은 책 <엄마, 괜찮아요?>의 저자로 다시 만났다. 출간을 앞두고 진행한 지난 6일 서면 인터뷰에서 그는 그동안의 시간과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들려줬다(관련 기사 : 수없이 반복되는 창문들... 작가가 쌓아 올린 특별한 도시).
"무섭겠지만 괜찮아. 천천히 생각해 보자."
여울 작가는 27년 전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을 받은 아들을 처음 마주했던 그날의 자신에게 가장 먼저 이 말을 건네고 싶다고 했다. 그때는 아이를 어떻게든 '고쳐야 한다'라는 마음 뿐이었다. 특수교육을 찾아 이사를 하고, 전국의 치료기관을 찾아 헤맸으며, 마지막 희망을 품고 미국으로 건너갔다. 하지만 긴 시간을 돌아온 지금, 그는 아이가 아니라 자신의 시선이 바뀌어야 했다고 이야기한다.
오는 10일 출간되는 책 <엄마, 괜찮아요?>는 그가 아들 강호윤 작가와 함께 걸어온 27년의 시간을 담은 첫 번째 기록이다. 책은 장애를 극복한 성공담이 아니라, 아이를 바꾸려 했던 엄마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풀어낸다.
가장 듣고 싶었던 말
진단 받은 순간부터 부모는 치료법을 찾아 헤매고,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며 자신을 몰아붙인다. 여울 작가도 그 시간을 지나왔다. '가장 힘들었던 시절, 누군가 꼭 해주었으면 했던 말이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충분히 잘해 나가고 있어요.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얘기해 줘요."
책의 제목 <엄마, 괜찮아요?> 역시 오랜 시간 아들만 걱정하며 살아왔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말이 없는 아들이 늘 엄마를 먼저 살피고 있었다는 깨달음에서 시작됐다. 여울 작가는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부모들에게 무엇보다 혼자 버티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이만 바라보면 힘들어요. 주변을 둘러보고 도움을 청하는 게 좋아요. 혼자가 아니고 우리에게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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