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응급처치·카운슬링·심리치료… 다 같은 '심리상담'인가
1편 심리상담은 누구의 역할인가
2편 심리적 응급처치·카운슬링·심리치료… 다 같은 '심리상담'인가
3편 같은 '정신건강전문요원', 서로 다른 전문 역량?
①편에서 우리는 30년 전 중증 환자를 위해 설계된 제도가 전 국민 마음 돌봄이라는 새 수요와 어긋나면서 시행령 개정을 둘러싼 충돌이 터졌음을 보았다. 그런데 그 한 줄의 한복판에 있는 단어, 심리상담은 정작 무엇을 가리키는가. 이번 편은 심리상담이라는 용어가 실은 서로 다른 수준의 활동을 한 단어로 뭉뚱그리고 있으며, 바로 그 모호함이 모든 혼선의 뿌리임을 짚는다.
같은 간판, 다른 방
도심지 상가 간판을 떠올려 보자. '○○심리상담센터'라는 글자가 붙은 곳이 한 블록에 여럿이다. 그러나 겉보기엔 비슷해 보이는 이 공간들 안에서 실제로 벌어지는 일은 전혀 다를 수 있다.
한 곳에서는 직장 스트레스로 지친 사람이 대화를 통해 마음을 정리한다. 다른 곳에서는 목표 달성을 돕는 코칭이 이뤄진다. 또 다른 곳에서는 재난을 겪은 생존자에게 즉각적인 심리적 안정을 제공한다. 그리고 어떤 곳에서는 주요우울장애나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를 가진 사람에게 전문적인 수준의 치료적 개입이 이뤄진다.
이 네 가지는 목적도, 다루는 문제의 무게도, 요구되는 자격도 다르다. 그러나 한국어로 번역되는 과정에서 이 모두가 '심리상담'이라는 한 단어 안에 담긴다. 이번 논쟁이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는 이유의 상당 부분이 바로 여기 있다. 서로 심리상담을 일컫지만, 머릿속에 떠올리는 그림이 제각각인 것이다.
다섯 개의 다른 일
미국·영국 등의 국가에서는 이 활동들을 별개의 단어로 구분한다. 하나씩 풀어 보자.
코칭(coaching). 국제코칭연맹(ICF)은 코칭을 "고객이 개인적·직업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도록 영감을 주는, 사고를 자극하는 창의적 협력 과정"으로 정의한다. 핵심은 그 대상이 임상적 문제가 없는(non-clinical) 사람이라는 점이다. 코칭은 질병을 치료하는 일이 아니라 목표 달성과 성장을 돕는 일이다.
심리적 응급처치(Psychological First-Aid; PFA). 재난이나 위기 직후, 충격을 받은 사람에게 안전감과 안정을 제공하고 필요한 자원에 연결해 주는 초기 개입이다. 세계보건기구(WHO)를 비롯한 국제기구의 PFA 지침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대목이 있다.
PFA는 전문 상담(professional counselling)이 아니며, 정신건강 전문가가 아니어도 최소한의 훈련을 받으면 누구나 제공할 수 있다. PFA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석하게 하거나, 시간과 사건의 순서를 정리하도록 요구하는 치료적 개입이 아니다.
PFA는 그 자체로 치료가 아니라, 위기 직후의 '응급처치'일 뿐이다.
상담(counseling). 비교적 단기이고, 특정 문제에 초점을 맞춘다. 사별, 스트레스, 대인관계 갈등처럼 구체적인 어려움에 대처하도록 돕는 실질적 지원이다. 현재의 적응과 문제 해결에 무게를 둔다.
심리사회적 지원(psychosocial support). WHO와 국제기구가 표준적으로 쓰는 이 말은, 개인의 심리적 문제와 그를 둘러싼 사회적 환경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전제에서 나왔다. 가족 문제 조정, 지역사회 자원 연계, 스트레스 대처 기술 훈련 등을 포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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