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기만 해도 '천연 영양제'로 손색 없는 여름 식재료

2주 만이다. 토요일 오전(4일) 지인의 퇴임을 축하하는 모임에 참석하느라, 어쩔 수 없이 오후 4시쯤 되어서야 느루뜰에 도착했다. 한 주 건너뛰었다고 지난주 내내 채소들 안부가 무척 궁금했다.
장마철 시골 텃밭은 난리통
예상대로 느루뜰은 난리통이 따로 없었다. '이를 어쩌나'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일요일은 성당 차봉사 당번이라, 일할 시간이 토요일 저녁과 일요일 새벽 뿐이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급해졌다. 얼른 작업복으로 갈아 입었다.
큰 소쿠리를 들고 당근 두둑에 갔다. 줄기 상태를 보니 벌써 꽃대를 올릴 태세인 것들도 보였다. 본격적으로 장마가 시작되기 전에 모두 캐야겠다고 생각했다.
"오~! 당근이 멋지게 컸네요. 좀 있다 15분 정도라도 티타임 합시다."
"양박사님, 일거리가 폭풍이라 15분도 못 낼 것 같은데요. 하하."
3주간 베트남 출장을 다녀온 양박사님이 오랜만이라고 차 한 잔 하자고 했다. 양박사님은 목요일 귀국하자마자 농막에 왔단다. 금요일 연차를 쓰고 하루 종일 예초기를 돌렸다고 했다. 다리에 돌도 맞고 온몸이 뭉쳤다면서도 계속 웃고 계셨다. 농막 뒷편 꽃밭도 언니가 예쁘게 정리했다며 자랑했다.
미뤄두었던 일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자의 여유로운 미소가 양박사님의 얼굴을 환하게 만들고 있었다. 밀린 일거리 앞에서 허둥대는 우리 부부를 보며 "한숨 돌리고 하세요. 하하. 다 못하면 다음 주에 하면 되지요" 하셨다.
일단 당근 수확을 마무리 하기로 했다. 비온 뒤라 흙이 촉촉해서 잘 뽑혔다. 한 소쿠리 가득 수확했다. 당근 농사도 만족스럽다. 모든 채소 농사가 잘 되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마음이 바빴지만 기분은 좋았다.
강낭콩 수확하고 꼬투리 까기
옆 두둑에 강낭콩을 보았다. 꼬투리가 누렇게 변했고, 잎도 노란빛으로 기운을 잃기 시작했다. 수확해야 할 것 같았다. 마음을 먹었다 하면 초집중하는 타입이라 나는 재빠르게 몸을 움직이며 강낭콩 포기를 쑥쑥 뽑았다. 그리고 쉼터 앞마당 가장자리에 모았다. 이제 꼬투리를 하나 하나 따야 했다. 이런 일은 사부작 꼼지락 끈기있는 남편이 잘한다. 나는 제초 작업을 하고 있는 남편을 불렀다.
"강낭콩 꼬투리 따는 일은 차분한 당신이 잘 하니까 이거 좀 해 주세요."
부탁하면 잘 거절하지 않는 남편은 얼른 다가와서는 꼬투리 하나 하나 차근차근 따서 큰 대야에 담았다. 사람마다 잘 하는 것이 다르다. 나는 끈기가 필요한 일에 서툴다. 반면에 남편은 세상 지루할 것 같은 일을 찬찬히 기다리며 해낸다.
남편은 해가 넘어가 어둑어둑해질 때까지 밭 가장자리와 감나무 아래 풀을 정리하느라 예초기를 돌렸다. 그 사이 내가 다시 강낭콩 꼬투리 까기 작업을 했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좀 아프기도 했다.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으니 다리도 허리도 저렸다. '엄마는 힘든 일도 말없이 하셨구나' 엄마 생각이 절로 났다. 여름이면 폭신한 강낭콩이 송송 섞인 밥이 식탁 위에 자주 올랐다. 어린 나도 부드럽고 폭신하고 단맛이 살짝 도는 강낭콩밥을 좋아했다.
"꼬투리 벗기기가 생각보다 힘드네."
"그만해. 내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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