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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인 줄 알았는데 판화전?"…'스페인의 거장 고야'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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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한 분이라도 덜 낚이시라고…. 예매하신 분 계시면 당장 취소하시라."

모처럼 미술 전시를 다녀온 한 한의사가 단체 대화방에 남긴 후기다.

그는 "유화는 한 점도 없고 작은 판화와 미디어아트뿐이었다"며 "원화인 줄 알고 갔다가 실망했다"고 적었다.

글은 빠르게 공유됐고 "덕분에 예매를 취소했다"는 답글까지 이어졌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지난 6월 26일 개막한 '스페인의 거장 고야: 이성이 잠들 때, 괴물이 깨어난다'를 둘러싸고 관람객들의 불만이 온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고야 회화 원작은 한 점도 없었다", "판화전인 줄 알았으면 가지 않았을 것", "예술의전당에서 하는 고야전이라 당연히 원화를 기대했다"는 후기가 잇따르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전시 콘텐츠보다 관람객이 무엇을 기대하도록 안내했느냐에 있다.

실제 예매 페이지 첫 화면에는 전시 제목과 일정, 장소, 대표 회화 이미지 등이 먼저 노출되지만, 전시가 판화 중심으로 구성됐다는 점은 첫 화면에서 직관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일부 관람객들은 대표 회화 이미지와 '스페인의 거장 고야', '한국 최초 단독전' 등의 문구를 보고 회화 원작 중심 전시로 받아들였다고 주장한다.

반면 이번 전시의 핵심은 고야의 대표 판화 연작 '카프리초스(Los Caprichos)'다.

1799년 출간된 이 연작은 교회의 위선과 권력의 부패, 인간의 어리석음을 날카롭게 풍자한 작품으로, 서양 판화사를 대표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전시에는 고야가 제작한 원판으로 1881~1886년 스페인 왕립미술아카데미가 인쇄한 공식 판본 80점이 소개됐다. 미술사적으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작품들이다.

주최 측은 관람객을 속일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UNC갤러리 유문화 대표는 "갤러리 창립 20주년으로 마련한 이번 전시는 세상이 혼란스러운 시대에 고야의 '카프리초스'를 통해 나와 우리를 돌아보자는 취지로 기획했다"며 "프라도미술관과 주한 스페인대사관 등의 협력을 받아 어렵게 준비한 전시"라고 말했다.

이어 "예매 상세 안내 페이지에는 '카프리초스' 80점과 미디어아트 구성 등을 모두 명시했지만 많은 관람객이 상세 내용을 끝까지 확인하지 않아 오해가 생긴 것 같다"며 "대중을 속이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전시인 만큼 이번 논란에 큰 문화 충격을 받았다"며 "관람객의 기대와 기획 의도 사이에 간극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며 앞으로는 홍보와 사전 안내를 더욱 강화하겠다"고 덧붙였다.

UNC갤러리는 그동안 로즈 와일리,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 크리스토프 루크 헤베를레, 캐서린 번하드 등 국내외 작가들의 전시를 기획해왔다.

미술계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세계적 거장의 이름을 내건 전시일수록 원작 회화와 원작 판화, 복제 이미지, 미디어아트의 구성과 비중을 예매 단계에서 보다 명확하게 안내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판화는 회화의 대체물이 아니다. 특히 고야의 '카프리초스'는 근대미술의 출발점으로 평가받는 명작이며, 이번 전시에 소개된 공식 판본 역시 충분한 예술적·학술적 가치를 지닌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은 고야의 작품 가치와는 별개로, 관람객이 무엇을 보게 되는지를 예매 단계에서 어디까지 명확하게 안내해야 하는가라는 전시 정보의 투명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프라도미술관과의 협력을 통해 '카프리초스' 제작 과정을 담은 영상을 선보이며, 주한 스페인대사관과 주한 세르반테스문화원이 후원한다. 전시는 오는 9월 30일까지 열리며, 관람료는 성인 2만원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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