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위 낮아지면 나타나는 능선이 품은 이야기

지난 10일, 망종 절기가 여러 날 지난 시기였다. 옛날 초여름 이때의 산촌 풍경은 보리를 베어 낸 빈 밭에 새끼 꿩들이 종종 걸음으로 나타났고, 가득 물이 찬 논에는 청개구리와 맹꽁이 울음소리가 이어졌다. 지역 주민들이 기억하는 수몰 되기 전 옛 운암강의 풍경이었다.
진안고원에서 출발하여 남남서 방향으로 흐르는 섬진강이 남쪽으로 방향을 바꾸는 지점. 섬진강을 건너서 호남정맥의 묵방산(538m)과 성옥산(388m)을 넘는 안부에 가는정이 고개가 있다. 이 고개에서 약 1km 거리, 성옥산 자락이 섬진강으로 길게 뻗은 '점등(임실군 운암면 운정리)'이 자리한다.
점등은 옥정호의 관광 명소인 '자라섬'으로 알려진 곳이다. 남북 400m, 동서 200m 크기의 이 작은 섬은 원래 장자마을 방향에서 능선으로 연결된 '물돌이동(강물이 휘감아 도는 지형)' 산이었다. 점등은 섬진강댐으로 조성된 옥정호에 능선이 수몰되면서 섬이 되었으나, 호수의 수위가 낮아질 때면 물속에 잠겼던 능선이 모습을 드러낸다. 답사 날, 점등으로 연결된 능선이 오랜만에 제법 높이 노출되어 있었다.
장자마을에서 옥정호 호수가에 설치된 둘레길을 따라 점등으로 향했다. 호숫가 절벽 위에서 호수 건너편의 운암리와 금기리, 범어리 일대가 한눈에 들어왔다.
호남정맥 가는정이와 운암강(섬진강)의 물돌이동 점등 일대는 지형적으로 선사시대부터 서해안 동진강 유역과 지리산 방면 섬진강 유역을 잇는 문물 교류의 통로 역할을 했던 지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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