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열풍 뒤에서, 사람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지금 인공지능(AI)이 가져올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하느라 분주하다.
주식시장에서는 AI 관련 종목이 주목받고,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과 비용 절감을 강조한다. 정부도 AI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내세운다. 의료·제조·금융·콘텐츠 산업이 AI를 통해 혁신될 것이라는 전망이 연일 쏟아진다.
분명 AI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술이다. 반복 업무를 줄이고 위험한 작업을 대신하며, 사람이 더 중요한 판단에 집중하도록 도울 수 있다.
그러나 빛이 강할수록 그림자도 짙어진다. 지금 한국 사회가 충분히 말하지 않는 그림자는 AI로 인해 이미 일감을 잃고 있는 사람들이다.
언론은 흔히 의사, 변호사, 회계사, 교수처럼 전문직이 AI에 대체될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현실에서 가장 먼저 충격을 받는 사람들은 대형 로펌의 변호사나 유명 병원의 전문의가 아니다.
번역을 맡던 프리랜서, 간단한 그림을 그리던 초급 디자이너, 영상 자막과 편집을 담당하던 스태프, 자료를 정리하던 사무보조원, 고객 문의를 처리하던 상담원처럼 우리 주변에서 하루하루 일감을 받아 살아가던 사람들이다.
국제노동기구(ILO)가 2025년 발표한 분석에서도 생성형 AI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분야는 사무·행정 직종으로 나타났다.
데이터 입력, 회계·장부 정리, 타이핑, 행정 지원처럼 디지털화되고 반복 가능한 업무가 특히 높은 영향을 받는다.
전문직과 기술직에서도 AI의 영향 범위가 넓어지고 있지만, 현재 가장 직접적으로 흔들리는 것은 초급·보조 업무다. ILO는 전체 직업이 한꺼번에 사라진다기보다 직업을 구성하는 업무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일자리 감소에만 있지 않다
초급 업무는 단순히 숙련도가 낮은 일이 아니다. 신입사원이 회사의 업무 방식을 배우고, 실수와 검토 과정을 거쳐 숙련자로 성장하는 출발점이다.
자료를 정리하면서 산업을 이해하고, 초안을 작성하면서 판단 기준을 배우며, 고객의 단순한 문의를 처리하면서 현장의 예외 상황을 익힌다.
그런데 기업이 "AI가 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런 업무를 모두 없애고 신입 채용까지 줄이면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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