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들어라"... 광주제일고가 보여 준 진짜 '참교육'
지난 6일, 광주제일고등학교 강당에 배재고 야구부 학생 서른여섯 명이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섰다. 청룡기 고교야구대회에서 광주제일고와 맞붙던 도중 스타벅스 '탱크데이' 논란을 끌어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응원 구호를 반복해 외친 데 대한 사과였다.
사과를 받은 광주제일고 이규연 교장은 뜻밖의 말을 건넸다.
"고개를 들고 어깨를 펴라. 여러분의 미래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다음 날 광주제일고와 총동창회는 기자회견을 열어 배재고 학생들의 선처를 호소했다. 진심으로 용서를 구한 아이들의 가슴에 지워지지 않는 주홍글씨를 새기는 일은 자신들이 바라는 길이 아니라고 했다. 재심이 진행중인 스포츠공정위에 처벌불원서도 제출했다. 상처 입은 쪽이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잘못은 명백했다
먼저 분명히 해두어야 할 것이 있다.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외친 구호는 결코 표현의 자유로 두둔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는 구호는 계엄군의 탱크가 광주 시내에 진입하던 1980년 5월의 참상에 대한 있을 수 없는 조롱이다. 광주라는 상대 팀의 연고지를 겨눈 명백한 지역 비하였고, 그 도시가 감내해야 했던 국가폭력의 역사를 희화화하는 역사 왜곡이었으며, 특정 지역민의 존엄을 짓밟는 혐오 표현이었다. 상대 팀 코치진의 강한 제지가 있고서야 구호가 멈췄다는 사실은 이 조롱이 얼마나 지속적이고 노골적이었는지를 그대로 보여 준다.
경위서에서 일부 학생들이 "5·18과 관련된 표현인지 몰랐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지만, 몰랐다는 말이 잘못의 무게를 덜어 주지는 않는다. 이러한 혐오와 조롱이 온라인 커뮤니티와 또래 문화 속에서 얼마나 손쉽게 학습되고 유통되는지를 반증하며 그 심각성을 더할 뿐이다. 유행어의 외피 속에서 재미로 소비되는 그 순간에도, 표현이 겨누는 사람들의 상처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관용이 잘못을 눈감아 주자는 뜻일 수는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광주제일고와 총동창회는 배재고 학생들을 향해 먼저 손을 내밀었다. 사과받는 자리에서 오히려 "고개를 들라"고 말했다.
그 태도는 숭고하기까지 하다. 광주가 5·18을 통과해 온 세월을 생각하면, 그 도시의 시민과 후배들이 "탱크데이"라는 조롱 앞에서 느꼈을 감정은 결코 짧은 사과 한 번으로 씻길 수 있는 종류가 아니다. 그런 이들이 먼저 관용을 말하기까지는, 우리가 짐작하기 어려운 내적 통과의 과정이 있었을 것이다. 그 관용은 결코 값싸지 않다.
나는 그 장면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 잘못을 분명히 짚으면서도 반성한 아이의 미래까지 닫아걸지는 않는 태도. 책임을 묻되 그 아이를 끝내 포기하지는 않는 마음. 광주제일고는 교육이 무엇인지를 말이 아닌 행동으로 우리 사회에 보여 준 것 같았다.
교육은 지우는 일이 아니라 돌아오게 하는 일이다
나는 결코 이 사건에서 배재고 학생들에게 책임을 묻지 말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잘못을 정확히 깨닫게 하고, 왜 그것이 잘못이었는지 이해시키고, 다시는 되풀이하지 않도록 교육하는 과정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그 책임의 방식과 무게는 '소년법의 입법취지', '교육의 방식'을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믿는다.
이번 사건에서 보다 필요한 것은 배제고 학생 선수들에 대한 엄벌이나 사과의 형식적 이행 강제를 넘어선 진짜 교육이 아닐까. 5·18이 어떤 사건이었는지, 광주 시민들이 무엇을 겪었는지, 왜 그 도시 이름 앞에 '탱크'라는 단어를 붙이는 것이 그토록 잔인한 일인지를 학생들이 직접 배우는 자리. 피해 지역의 시민들과 대화하고, 필요하다면 5·18 유족의 이야기를 마주하는 자리. 이것이 진짜 교육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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