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러가 다시 그리는 새로운 두만강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옛날에 내 님을 싣고…" 두만강 하면 많은 이들이 먼저 떠올리는 노래가 있다. 바로 가수 김정구가 부른 '눈물 젖은 두만강'이다.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을 위해 간도로 떠나간 이들을 그리워하는 정서를 담은 이 노래는 한때 온 국민이 따라 부르던 애창곡이었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며 두만강은 점차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희미해졌다. 그런데 최근 이 잊혀 가던 두만강이 다시 국제정치의 중심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그것도 단순한 지역 개발 사업이 아니라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전체의 질서를 바꿀 수 있는 거대한 지정학적 변수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국내에서는 지방선거가 치러지며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선거판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러나 같은 시기 베이징에서는 향후 수십 년간 동북아 질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국제적 이벤트들이 연이어 진행되었다. 먼저 5월 14일 트럼프대통령과 시진핑주석의 미중 정상회담이 개최되었다. 무너지는 패권을 유지하려는 미국과 새로운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갈등과 경쟁을 이어가면서도 관계의 전면적 충돌은 피하자는 데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2018년 이후 관세전쟁, 반도체 전쟁, 공급망 전쟁으로 이어졌던 양국 관계가 타협과 공존의 규칙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미·중 경쟁이 끝난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경쟁의 방식이 무력 충돌이 아닌 관리 가능한 전략 경쟁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첫 방중 당시와 비교하면 중국의 자신감과 전략적 여유는 훨씬 커진 모습이다. 더 중요한 장면은 그 직후 펼쳐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귀국한 지 며칠 지나지 않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두 정상은 미국 중심 국제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포괄적 전략 협력을 재확인하는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그 가운데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었다. 바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함께 두만강을 통한 동해 진출 문제에 관한 3자 협의를 지속 추진한다"는 내용이다. 이 문장은 얼핏 보면 단순한 외교적 수사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의미를 곱씹어 보면 결코 가볍지 않다. 이는 사실상 북·중·러 3국이 두만강 공동개발과 동해 출해권 확보를 위한 장기 프로젝트를 다시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두만강개발은 오랜 숙원사업이다. 중국 동북 3성 가운데 특히 지린성은 거대한 산업 기반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바다로 나가는 출구가 제한되어 있다. 만약 두만강을 통해 동해로 직접 진출할 수 있다면 물류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고, 침체된 동북지역 경제에도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러시아 역시 이해관계가 분명하다. 러시아는 극동 개발 정책과 북극항로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중국 동북지역과 러시아 극동지역을 연결하는 안정적인 물류망이 필요하다. 북한을 통과하는 교통·물류 회랑은 러시아에게도 매우 매력적인 선택지다. 전체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