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대신 '경훈님'으로 불렸던 과기부총리 "이제 결과로 보여주겠다"
[세종=뉴시스]심지혜 윤현성 기자 = "마치 10년을 보낸 것 같습니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취임 1년을 맞아 털어놓은 소회다. 배 부총리는 20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그간의 고충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일을 제대로 완수하기 위해 잠을 대폭 줄였고, 몸이 상할 정도로 온 힘을 다했다"고 말했다. 온전히 정책 성공만을 고민하다 보니 시간이 10배는 느리게 흘렀다는 고백이다.
지난 1년 동안 과기정통부는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이할 주춧돌을 놓는 데 집중했다. 이제 배 부총리의 시선은 눈에 보이는 구체적인 결과물로 향하고 있다. 정책의 실질적인 효과를 성과로 증명하겠다는 구상이다.
◆장관님 대신 '경훈님'…과기정통부의 발칙한 실험
배 부총리가 지난 1년간 가장 공을 들인 분야 중 하나는 조직문화다. 관료사회의 딱딱한 서열을 깨기 위해 파격적인 실험을 도입했다. 직급을 떼고 이름 뒤에 ‘님’을 붙여 부르는 수평적 소통 문화다. 장관실 문턱을 낮추고 일하는 방식을 바꾸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실험이 완벽히 성공한 것은 아니다. 배 부총리는 간담회 직전 주무관, 사무관들과 타운홀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젊은 직원들은 "실·국장급 간부들이 더 솔선수범해야 수평적 문화가 깨지지 않는다"며 날 선 쓴소리를 던졌다. 문화가 아직 현장 전반에 완벽히 뿌리내리지는 못했다는 뜻이다
장관이 바뀌면 공들인 조직문화가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는 안팎의 우려도 나온다. 배 부총리는 이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는 "장관이 바뀌면 소통 문화가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직원들의 걱정을 잘 안다"고 말했다. 이어 "서로 믿고 불필요한 행정을 최소화하기 위한 변화인 만큼, 특정 임기에 그치지 않고 지속되도록 제도적 틀을 잡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간 많은 업무를 감당해 온 직원들의 노고에 대해서도 격려했다.
배 부총리는 "지난 1년 동안 과기정통부 직원들이 열심히 일했고 많은 고생도 했다"며 "과기정통부는 미래를 준비하는 조직인 만큼 타 부처와 비교해 절대적인 업무량도 많고 고민해야 할 사안도 많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이 지쳐 있는 경우가 많아 조직문화를 개선하고 인센티브를 강화하려고 했다"며 "정책뿐 아니라 직원들이 더 행복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조직문화를 계속 개선해 나가겠다"고 했다.
◆전력 먹는 하마 데이터센터…'특수 요금제'로 정면돌파
정책 성과 측면에서는 지난 1년간 AI 시대 전환을 위한 기초적 기반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AI 시대와 과학기술 사회로 가기 위한 기초 체력은 충분히 다졌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실질적인 성과를 만들어야 하는 시점"이라며 "세계가 한국을 주목할 때 타이밍을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배 부총리가 꼽은 가장 시급한 과제는 'AI 고속도로'의 연료를 확보하는 일이다. 바로 데이터센터 전력 문제다. AI 데이터센터는 어마어마한 전기를 삼키는 '전력 먹는 하마'다. 정부는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5GW 이상의 데이터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는 물론 액화천연가스(LNG)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짜야 하는 상황이다.
배 부총리는 이 문제를 풀기 위해 'AI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현재 LNG는 관련 법상 전력구매계약(PPA)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폭발하는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 향후 공급원으로 검토할 가치가 있다는 판단이다. 배 부총리는 "아직 기후에너지부와 합의된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전략적으로 협의해 전용 요금제 신설을 적극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중장기 전력 공급원으로는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시기를 앞당기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한국수력원자력과 기후에너지부, 과기정통부가 공동으로 SMR 확보 전략과 육성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배 부총리는 "2035년 안에 경수형 SMR인 i-SMR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2035년에 달성할 수 있느냐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시간을 더 앞당길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연구 중인 비경수형 SMR의 개발 일정도 단축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는 "소듐냉각고속로와 용융염원자로 등 비경수형 SMR도 어떻게 개발 시기를 앞당길지 고민하고 있다"며 "관련 로드맵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리와 관련해서는 미국과 협력해 파이로프로세싱 기술 역량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배 부총리는 "단순히 전력 생산만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폐기물 처리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국내 역량이 부족한 부분은 해외 협력을 통해 기술 역량을 쌓고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hsyhs@newsis.com ...
이 뉴스, 어떠셨어요?
탭 한 번으로 반응 · 로그인 불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