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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감상법' 배운 아이들이 무대 향해 외친 세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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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감상법' 배운 아이들이 무대 향해 외친 세 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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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을 것 같기도 한데… 조금 떨려요."

서울 길음초등학교 6학년 한정우 학생은 말을 잠시 멈추고 웃었다. 발레 공연을 본 적이 있느냐고 묻자 고개를 저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이 영상을 보여준 적은 있지만, 공연장에서 무용수를 직접 보는 것은 이날이 처음이란다. 이때 곁에 있던 친구가 한마디를 보탰다.

"무용수들이 직접 나와서 춤을 추는 거죠? 영상으로 보는거 아니죠? 태어나서 처음 보는 발레라 조금 떨려요."

공연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아이들은 무대 위 무용수를 만나지도 못했다. 그런데 표정에는 벌써 기대와 긴장이 뒤섞여 있었다. 어떤 춤이 펼쳐질지, 발레리나는 정말 발끝으로 오래 서 있을지, 영상에서 보았던 무용수의 점프를 눈앞에서도 볼 수 있을지 궁금한 듯했다.

3일 오전 10시, 서울 은평구 서울문화예술교육센터 은평 앞에 대형버스가 차례로 도착했다. 문이 열리자 빨강과 노랑, 초록, 하늘색, 보라색 티셔츠를 입은 학생들이 반별로 내려섰다. 길음초등학교 6학년 9개 학급, 모두 198명이다.

평소라면 교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을 오전 시간이다. 이날 아이들은 칠판 대신 무대를, 교과서 대신 한 편의 발레를 만나러 왔다. 서울시 청소년 공연 관람 지원사업 '공연봄날'을 통해 와이즈발레단의 해설이 있는 발레 <발레로, 세계로>를 보기 위해서다.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시작된 낯선 하루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은 인솔 교사의 안내에 따라 줄을 맞췄다. 반마다 다른 색깔의 티셔츠가 초여름 나무 사이로 길게 이어졌다. 몇몇 아이들은 공연장 건물을 올려다봤고, 친구와 얼굴을 가까이한 채 연신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통유리창이 길게 난 로비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한층 들떴다. '이야기꽃을 피우는 공연봄날'이라고 적힌 홍보판 앞에서는 아이들이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렸다. 친구 어깨에 팔을 올리고 웃는 아이도 있었고, 넓고 높은 로비를 둘러보느라 걸음이 늦어진 아이도 있었다.

학교 복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장난과 웃음이었다. 하지만 장소가 달라지자 아이들의 움직임도 조금 특별해 보였다. 공연을 본다는 것은 무대 위 작품만 감상하는 일이 아니었다. 학교를 떠나 버스를 타고, 처음 온 건물에 들어서고, 공연장 문 앞에서 자기 차례를 기다리는 순간부터 평소와 다른 경험은 시작되고 있었다.

공연장 문이 열리자 학생들이 차례로 객석으로 들어갔다. 검은 벽과 높은 천장, 촘촘히 매달린 조명 장비는 밝은 교실과 전혀 다른 공간을 만들고 있었다. 무대 뒤편에는 푸른빛과 함께 'Wise Ballet Theater'라는 글자가 떠 있었다.

198명의 학생이 모두 자리를 잡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먼저 앉은 아이들은 뒤를 돌아 친구를 찾았고, 교사들은 통로를 오가며 좌석과 인원을 확인했다. 빨강과 노랑, 초록과 보라색 티셔츠가 검은 객석 위에 커다란 색면처럼 펼쳐졌다.

"재밌을 것 같기도 하다"는 말은 이때의 객석과 닮아 있었다. 재미있을 것이라는 확신보다는, 아직 경험하지 못한 것을 앞에 둔 호기심이었다. 친구가 말한 '떨림'도 공연을 잘 알아서 생긴 감정이 아니었다. 무엇을 보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찾아온 기대와 긴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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