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프진, 법 개정 전 허용될까…'낙태약' 논의 관심
[서울=뉴시스]박정영 기자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미프진'에 대해 법 개정 전이라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임신 중단 약물 관련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성평가족부와 여성계는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지만, 의료계와 환자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9일 성평등부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성평등부·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계부처는 임신 중단 약물 도입 관련 공식 협의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성평등부 관계자는 지난 15일 "국무조정실 주관으로 관계부처 논의가 본격화될 것이며 성평등부도 협조를 할 예정"이라며 "미프진의 적용 기준과 지침을 만들기 위해 의학적인 기준은 복지부와 식약처가 담당하고, 성평등부는 여성계와 소통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프진은 임신 초기에 사용할 수 있는 경구 유산 유도 의약품으로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100여 개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임신 중단 약물 허용 관련 논의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지만 관계부처 간 입장 차이로 후속 입법 절차는 활발히 진행되지 않았다.
이 같은 논의가 다시 한번 추진된 시기는 지난해 9월 이 대통령이 국정과제 중 하나로 '여성의 안전과 건강권 보장'을 내놓았을 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존폐 기로에 놓였던 여성가족부를 성평등부로 확대 개편했으며, 성평등부는 국정과제 98번의 세부 내용인 '임신중지 법·제도 개선 등을 통한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을 이행할 부처로 주목 받았다.
같은해 12월 원민경 성평등부 장관은 업무보고에서 "여성의 건강권 확보를 위해 임신 중단 약물에 대해 식약처에서 빠르게 유해성 여부를 검토하고 사용을 허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평등부가 공식 자리에서 임신 중단 약물 허용에 대한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다만 식약처와 보건복지부는 관련 입법 공백을 이유로 논의를 보류하고 있다.
현재 손솔 진보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모자보건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해당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이라는 용어를 '인공임신중지'로 변경하고 수술뿐만 아니라 약물 투여에 의한 임신 중단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남인순·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개정안 역시 임신 중단 약물을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하고 있지만 진전이 없는 상태다.
최근 이 대통령이 임신 중단 약물 '미프진'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해당 논의가 다시 한번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1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미프진과 관련해 "낙태 허용 범위 논쟁이 안 끝나면서 이걸(미프진을) 허용하지 않다 보니까 현실적으로 필요한 여성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복용하다 보니 사고도 나고, 이렇게 방치하는 게 옳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원 장관은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라도 식약처에서 허용해주시면 된다"고 답했으며, 이 대통령은 "그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의사가 재량으로 판단하게 허용한다든지, 그게 법률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닐 것 같다"고 제안했다.
이후 원 장관은 15일 기자들과 만나 "해외 사례 보면 많은 국가에서 법령 규정 없이도 허가 사항, 제품 설명서가 있는 허가 사항과 또 지침 등으로 약물 사용에 대해서 규정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며 "한국도 법이 개정되지 않더라도 약물을 도입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식약처 등 관계 부처의 적극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법 개정 전이라도 관계 부처와 논의를 통해 임신 중단 약물 허용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성계는 임신 중단 약물 허용에 대해 환영하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여성정치네트워크는 15일 논평을 내고 "임신과 출산을 둘러싼 여성의 성·재생산 건강과 권리는 국가가 시혜적으로 베푸는 혜택이 아니라 헌법이 보장하는 국민의 기본권"이라며 "대한민국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핵심 책무로 규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통령의 의사 재량 허용에 대해서는 "임신 중지 여부에 대한 판단의 주체는 여성 자신이며, 이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핵심적인 영역"이라며 반대의 입장을 표명했다. 임신 중단 약물을 사용하는 여성의 입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여성의전화 역시 같은날 한국여성단체연합 지부, 회원단체 등 총 90개 단체와 공동 논평을 통해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비롯한 성·재생산 건강권 보장은 이재명 정부가 국민에게 약속한 국정과제"라며 "신속하게 임신중지 약물을 도입하고 성·재생산 건강권을 보장하는 것이 정부의 마땅한 책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을 정비하기 전 임신 중단 약물 허용이 여러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홍순철 고려대 안안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중단 약물과 관련된) 형법이 무효화된 상태이지 낙태죄가 완전히 폐지된 것은 아니다"며 "법을 정비하지 않고 약물 도입을 시도한다면, 의사한테만 책임이 떠넘겨질 뿐만 아니라 약물 허용 범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환자들이 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us06037@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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