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노예가 아니다" 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들의 뜨거운 외침

울산 현대중공업 정문에 때아닌 만국기가 휘날렸다. 스리랑카, 베트남, 네팔, 태국, 캄보디아 등 펄럭이는 국기들 사이로 이주노동자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5일 오후 2시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정문에는 이주노동자들을 포함해 1천여 명의 인원(주최 측 추산)이 모여 '전국이주노동자 공동행동대회'를 열었다. 집회는 민주노총 및 금속노조, 울산이주민센터, 사람이왔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네트워크가 공동주최했다. 전국과 지역의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에서도 한국인 연대자들이 버스를 동원해 함께 참여했다.
식대 차별에 집회 나선 이주노동자들, 기본급 삭감·성과별 임금차등지급 계약서 철회 요구
이주노동자들이 이렇게 대규모 집회를 열게 된 배경에는 식대가 있었다. 현대중공업은 정규직 내국인 노동자와 비정규직 내·외국인 노동자에게는 무료로 제공해 온 식사를 'E-7-3(일반기능인력)' 비자로 입국해 일하는 정규직 외국인 노동자에게는 수십만 원에 달하는 식대를 받았다.
이주노동자들이 이에 대해 항의하자 사측은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되, 기본급을 깎은 신규 계약서를 들이밀었다. 또한 이주노동자 개인별로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하고, 저성과자는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19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사라진 조항들이 다시 부활한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6월 16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장기근속과 안정적인 지역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기본급 중심의 임금 구조를 식대 무상 제공, 다양한 인센티브 등 총보상 관점에서 개선한 것"이라며 "각종 수당과 복지 요소를 포함하면 실질 임금은 상승하는 구조"라고 설명한 바 있다, 편집자 말)
이렇듯 사실상 '조삼모사'에 가까운 사측의 조치에 분개한 이들은 지역 노동조합과 이주인권단체에 도움을 요청했고 지난 6월 중순부터 근로계약서 서명을 거부하고 계약을 철회할 것을 요구하며 집회에 나섰다.
한편 이날 집회에 앞서 현대중공업 측은 이주노동자들이 식사를 무료로 제공하고 식대 공제액을 전액 소급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정규직 이주노동자에겐 지급되지 않았던 성과급을 확대할 것을 검토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기본급을 삭감한 신규 계약에 대해선 철회의사를 밝히지 않았다(관련 기사: "HD현대중공업, 이주노동자 전액 무상급식...성과금 확대도 검토").
노동자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 이들...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선언 투쟁을 조직하자"
무대 위에 처음 오른 이는 권수정 민주노총 부위원장이었다. 권 부위원장이 영어로 "We are labor. Labor is one(우리는 노동자다. 노동자는 하나다)"라고 외치자 참가자들 또한 같은 구호를 따라 외쳤다.
그는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고 계신 이주노동자 동지들이 있다. 여기까지 오는 발걸음이 얼마나 억울하고, 무겁고, 두려웠을까"라며 "막상 이 자리에 왔을 때 나 말고 다른 동지들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을 때의 안도를, 내가 옳았다는 자부심과 설렘을 제가 알고 있다"고 공감을 표했다.
권 부위원장은 1960년대 독일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노조를 결성함에 따라 노동현장에서의 유효한 제도개선이 이루어졌다며 "지금이 그때다. 이주노동자들의 인간선언 투쟁을 대규모로 조직해서, 금속노조가 힘이 나고, 민주노총에 희망이 되는 투쟁을 조직하자"고 외쳤다.
네팔 이주노동자 출신의 우다야 라이 이주노조 위원장 또한 "이주노동자의 노동 없이 조선업을 비롯한 많은 산업현장이 굴러갈 수 없다. 그러면 제대로 처우와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며 "현대중공업은 이주노동자를 탄압해서 임금 삭감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임금을 인상하고 노동조건을 개선해야 한다. 더 이상 이주노동자를 착취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국어 강사 노동조합 또한 같은 이주노동자로서 연대 발언에 나섰다. 브래드 민주일반노조 부산본부 외국어교육지회장은 "우리는 차별을 일삼는 학원들에 맞서 싸워왔으며, 여러 차례 탐욕스러운 사장들로부터 우리의 권리를 성공적으로 되찾았다"며 "진전은 느리고 험난할 수 있지만, 이 투쟁은 언제나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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