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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폭염·열대야·다시 폭염…韓 여름 24시간 찜질방된 이유[사이언스 PICK]

뉴시스 속보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장맛비로 폭염이 잠시 주춤하지만 대한민국 여름의 근본적인 변화는 멈추지 않았다. 최근 한국의 더위는 한낮에 끝나는 일회성 사건이 아니다. 밤을 건너 다음 날까지 끈질기게 이어지는 '24시간 찜질방'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학계의 최신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경예현·이한수·이태민·임동건 건국대 연구진과 최다솜 기상청 기후위기협력팀 기상주사, 최영은 건국대 교수는 최근 대한지리학회지에 '강도와 지속성을 고려한 우리나라 복합극한고온현상의 정의, 변화와 전망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해당 논문에 따르면, 지난 53년간(1973~2025년) 전국 60개 관측지점의 일최고·최저기온을 분석한 결과, 새로운 형태의 폭염이 급증했다.

◆낮·밤·낮 더위의 역습…'연속고온' 164% 급증

연구진은 낮 최고기온이 33도를 넘는 폭염일 뒤에 밤 최저기온 25도 이상의 열대야가 오고, 다음 날 다시 폭염이 이어지는 현상을 '연속고온현상(CHE)'으로 정의했다. 이 현상이 사흘 이상 지속되면 '복합폭염(HW)'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는 충격적이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폭염일수는 18.2일. 53년 평균(10.9일)보다 67% 늘었다. 열대야는 12.6일로, 110% 증가했다. 반면 낮과 밤의 더위가 끊기지 않는 '연속고온' 발생 횟수는 1.7회에서 4.5회로, 무려 164.7% 급증했다. 복합폭염은 0.3회에서 0.9회로 역시 200% 늘었다. 복합폭염의 연간 최장 지속기간도 1.0일에서 2.7일로 길어졌다. 단순히 더운 날이 많아진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이 열을 식힐 틈을 주지 않는 더위가 무서운 속도로 늘어난 셈이다.

기상청이 장기 관측자료가 있는 6개 지점(서울·부산·대구·인천·목포·강릉)을 분석한 보고서로 보면 밤 더위의 변화가 더 가팔랐다. 1910년대와 2020년대를 비교하면 폭염일수는 7.7일에서 16.9일로 2.2배 늘었던 반면, 열대야는 6.7일에서 28.0일로 4.2배 증가했다.

열대야는 과거 제주와 남해안 일부의 현상에 가까웠지만 2010년대 이후 서쪽 지역 전반으로 번졌고, 2020년대에는 전국 대부분에서 크게 늘었다. 서울은 1970년대 연평균 5.0일이던 열대야가 2020년대 29.5일로 약 6배가 됐다. 인천은 3.0일에서 26.3일, 대전은 3.3일에서 19.0일로 증가했다.
◆따뜻한 바다·습한 공기·콘크리트…밤 더위 가두는 주범

왜 밤더위가 더 기승을 부릴까. 원인은 뜨거워진 바다와 습한 공기, 그리고 도시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는 과거보다 최고 0.7도 상승했다. 물은 땅보다 천천히 식는다. 여름내 열을 축적한 바다는 밤에도 열기를 내뿜어 해안가 기온을 붙잡는다. 북태평양고기압이 밀어 올린 고온다습한 공기도 문제다. 공기 중의 습기가 지표면의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이불처럼 덮어버린다. 습기와 구름이 지표에서 빠져나가는 열을 붙잡으면서 낮에 달궈진 공기가 밤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도시의 특성이 기름을 부었다. 낮 동안 달궈진 아스팔트와 콘크리트는 밤새 열을 방출한다. 빽빽한 빌딩 숲은 바람 길을 막아 열 배출을 방해한다. 차량과 에어컨이 뿜어내는 실외기 열기까지 더해진다. 실제로 연속고온 현상은 농촌보다 도시에서 훨씬 잦고 강력하게 나타났다. 기상청 분석에서도 도시와 비도시의 열대야일수 차이는 1970년대 2.2일에서 2020년대 9.1일로 벌어졌다.

다만 개별 요인이 연속고온 증가에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아직 수치로 나눌 수 없다. 연구진도 해수면온도와 토양수분, 지형 등 구체적인 발생 원리를 밝히려면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번 폭염의 직접적인 방아쇠는 한반도 상공에 두껍게 쌓인 뜨거운 공기다. 기상청은 지난 12일 당시 극심한 폭염의 원인으로 상층의 티베트고기압과 중·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이 동시에 한반도에 영향을 미친 점을 꼽았다. 당시 포항과 경산에는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졌고, 전국 대부분 지역에는 열대야주의보가 발효됐다.

◆2040년 이후 갈리는 미래…방치하면 세기말엔 한 달 넘게 '밤샘 폭염'

미래의 모습은 인류가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느냐에 달렸다. 연구진이 기후모델을 통해 2100년까지의 미래를 예측한 결과, 2040년을 기점으로 시나리오가 극명하게 갈렸다.

연구진이 기상청의 1㎞급 고해상도 지역기후모델 5종으로 2021~2100년을 분석한 결과, 저배출과 고배출 시나리오의 차이는 2030년대까지 크지 않았지만 2040년 이후 빠르게 벌어졌다.

온실가스를 적극적으로 줄이는 저배출 시나리오에서는 가까운 미래에 연속고온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뒤 안정세를 찾았다.

반면 현재 수준으로 온실가스를 계속 내뿜는 고배출 시나리오에서는 비극이 현실화된다. 21세기 말에는 전국 관측지점의 75%에서 여름 중 두 달 내내 연속고온이 발생한다. 밤샘 폭염이 무려 40일 동안 쉬지 않고 이어지는 셈이다.

이제 폭염은 낮 최고기온 수치만 보고 대피하는 단기 재난이 아니다. 밤사이 우리 몸이 회복할 시간을 빼앗는 '밤샘 폭염'에 대비한 새로운 방재 대책이 필요한 때라는 게 기후 과학자들의 조언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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