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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와 향신료, 두 갈래의 오래된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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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효와 향신료, 두 갈래의 오래된 길

스페인 루에다를 떠났다. 며칠간 와이너리를 돌던 발걸음이었다. 길은 다시 남쪽으로 향했다. 마드리드에서 저가항공 라이언에어를 탔다. 목적지는 모로코 마라케시. 비행은 짧았다. 마음의 거리는 짧지 않았다. 스페인 포도밭을 벗어나 북아프리카 붉은 도시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비행기가 내려앉았다. 탑승교는 없었다. 계단을 밟고 활주로에 내렸다. 캐리어를 끌고 청사까지 걸었다. 건조한 바람이 얼굴을 훑었다. 햇빛이 따가웠다. 공기부터 달랐다. 활주로 저편으로 아지랑이가 피어올랐다. 붉은 흙먼지가 발밑에서 풀썩였다. 캐리어 바퀴가 아스팔트 위를 덜컹거리며 굴러갔다.

'아, 모로코구나.'

몇 분만에 여행의 감각이 바뀌었다.

공항 밖에는 모로코 UM6P대학 SHBM 이브 사마케(Yves Samaké) 학장과 부인 나탈리가 서 있었다. 우리를 SHBM 특강 강사로 초청한 이였다. SHBM은 모하메드 6세 국왕의 이름을 딴 호스피탈리티·비즈니스 경영학교. 아프리카 관광·호텔 산업의 인재를 키우는 곳이다.

쉰다섯 안팎, 말투는 부드러웠다. 몸가짐은 단정했다. 오래 최고급 호텔 주방을 책임진 사람의 여유가 있었다. 뿌리는 복합적이었다. 어머니는 에어프랑스 승무원 출신 프랑스인. 아버지는 프랑스 철도청에서 일한 아프리카 말리 출신. 그는 리츠칼튼 계열 호텔 주방을 거친 셰프이자 교육자였다. 독일 출신 부인 나탈리와는 워싱턴DC 리츠칼튼에서 만났다고 한다.

공항에서부터 그의 차를 탔다. 그 순간부터 마라케시는 혼자 보는 도시가 아니었다.

리야드 대신 셰프의 집

출국 전, 이브 학장이 물었다.

"리야드 호텔에서 묵겠습니까, 우리 집에서 묵겠습니까?"

리야드는 마라케시 전통 가옥을 개조한 숙소다. 안뜰과 분수, 타일 장식을 품은 공간. 그가 소개한 곳은 나탈리 친구가 운영하는, 마라케시 최초의 리야드 호텔이라 했다.

답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셰프의 집을 골랐다.

호텔 숙박비는 카드로 계산할 수 있다. 하지만, 셰프의 식탁에서 나누는 시간과 음식, 그런 분위기는 돈으로 살 수 없기 때문이었다. 장을 함께 보고, 집밥을 먹고, 밤마다 음식 이야기를 나누는 3박4일. '세계의 발효를 찾아서'를 위한 여정으로는 당연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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