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안전보건은 원청의 책임, 원청은 교섭에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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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현대자동차 측의 순회 점검을 이유로 예정에 없던 청소 작업을 지시받은 하청 노동자가 작업 도중 기계에 끼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법원은 원청의 순회 점검을 이유로 사고가 발생했고, 사고 발생 장소가 현대자동차에 의하여 무인 공정으로 분류됨에 따라 안전 점검 대상에서 제외되어 사고가 발생한 사실을 인정하고, 현대자동차와 안전보건책임자 등을 처벌했다. 사고 직후 현대자동차는 단체협약에 따라 원청 노조와 합동으로 사고 조사를 시행하고, 산업안전보건위원회를 통해 인력배치·안전 점검 대상 누락 보완 등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대해 논의했다.
그러나 현장의 위험요인과 개선 관련 필요한 사안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하청 노조는 모든 과정에서 배제되었다. 해당 하청업체는 하청 노조가 조직되어 있었지만, 하청 노조는 현대자동차와 원청 노조가 실시하는 사고 조사와 재발 방지 대책 수립에 전혀 참여할 수 없었다. 현대자동차는 하청 노동자들이 자신과 근로계약을 체결한 노동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하청 노조와의 모든 대화를 거부했다.
그리고 7개월 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는 또다시 끼임 사고로 하청 노동자가 사망했다. 비극은 오래 반복되고 있다.
하청 노동자들의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헌법은 노동자들이 단결하여 사용자와 교섭하고, 단체행동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행위를 기본권으로 보장한다. 그러나 하청 노동자에게는 그저 '그림의 떡'이다. 하청 노동자들은 노조 가입도 쉽지 않지만, 천신만고 끝에 하청 사용자와 마주 앉아 단체교섭을 하게 되더라도 '하청이 무슨 힘이 있느냐?', '원청 허락 없이 해줄 수 있는 게 없단 걸 노조도 잘 알지 않느냐?'는 식의 답변만 돌아올 뿐이다. 하청 사용자와의 형식적인 단체교섭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였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원청과의 대화를 요구하면 '사용자가 아니'라며 거부하고, 하청 노동자에게 '불법' 딱지를 붙여 이도 저도 할 수 없게 만들어 왔다. 체념하고 포기하거나, 불법 행위를 해야 했다. 한화오션에서 일하던 하청 노동자가 스스로 0.3평 철창에 몸을 밀어 넣어야 했던 것도, CU 배송 기사들이 목숨을 걸고 물류 이동을 막았던 이유도 모든 문제의 해결 권한을 가진 '진짜 사장'이 뒤로 숨었기 때문이다.
위험의 외주화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들은 노동조건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다단계 하도급 업종인 조선업과 건설업에서 사고 사망 노동자의 79.3%(조선업), 62.5%(건설업)가 하청 노동자였다. 하청 노동자들에게만 고위험 업무가 집중되는 문제부터, 안전을 위한 투자는 하청업체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방치하는 것까지, 하청 노동자들은 실질적인 개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 자체가 없다. 누구보다 작업환경과 공간, 유해위험요인을 잘 아는 하청 노동자의 목소리는 그렇게 배제된다.
노란봉투법 이전부터도 노동안전보건은 원청의 책임
'노란봉투법'은 노조법 제2조 제2호의 '사용자' 정의를 확대하여 원·하청, 위·수탁 관계 등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에도,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라면 노조법상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헌법상 기본권인 노동3권이 실질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함이다. 이로써 노동조건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가진 원청은 하청 노조의 단체교섭 응낙 의무 등 노조법상 각종 의무를 부담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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