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는 공장, 밤에는 배달... 그가 쉬지 못하는 이유

새벽 1시. 도심의 불빛이 하나둘 꺼질 무렵, 오토바이 한 대가 마지막 배달을 마치고 집으로 향한다. 몇 시간 뒤면 그는 다시 공장 문을 연다.
30대 후반으로 강원도 강릉에 거주하는 J씨는 낮에는 알루미늄을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자영업자이고, 밤에는 배달 기사다. 그의 하루는 이른 아침 공장에서 시작해 새벽 1시에 끝난다.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쉬는 날은 없다. 오히려 토요일과 일요일은 주문이 몰려 더욱 바쁘다. 날씨가 나쁠수록 배달 주문은 늘어나고, 그의 노동도 길어진다.
그가 이렇게 두 가지 일을 해야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빚을 갚기 위해서다.
미래를 준비하던 공장, 빚을 버티는 일터가 되다
몇 해 전만 해도 그는 자신의 기술 하나면 충분히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알루미늄을 가공해 제품을 만드는 기술은 오랜 경험으로 다져온 경쟁력이었고, 거래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었다.
그는 안주하지 않았다. 설비를 늘리고 사업장을 확장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계획도 세워 두고 있었다. 미래에 대한 기대와 자신감이 있었고, 성실하게 일하면 더 나은 내일이 올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 원자재 시장이 요동치면서 그의 계획은 한순간에 무너졌다. 주원료인 알루미늄 가격이 급등했지만 거래처에 납품하는 제품 가격은 원가 상승만큼 올릴 수 없었다.
결국 늘어난 원가 부담은 모두 그의 몫이 됐고, 사업 확장을 위해 준비했던 자금은 회사를 지키기 위한 운영자금으로 바뀌었다. 은행 대출로 버티던 그는 결국 제2금융권과 대부업체의 고금리 대출까지 이용하게 됐고, 미래를 향한 투자였던 사업 계획은 빚을 갚기 위한 생존의 시간으로 바뀌고 말았다.
빚을 갚느라 잃어버린 가족의 일상
결국 부부는 법원의 개인회생 절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아내 명의로 마련했던 집마저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잃게 되었고, 남은 빚을 정리하기 위해 두 사람 모두 새로운 출발을 위한 절차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도 가족을 지탱한 것은 서로에 대한 책임감이었다. 아내는 아이들의 교육과 생활을 책임지는 동시에 법원 변제금까지 마련하기 위해 맞벌이에 나섰다.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부부는 가족의 미래를 지키겠다는 마음 하나로 하루하루를 버티며 다시 일어설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
"휴일이 싫어요, 아이들에게 미안합니다."
아이들과 보내야 할 시간은 배달 시간으로 바뀌었고, 가족의 추억은 매달 법원에 납부하는 변제금으로 대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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