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조폭 편지' 감정관의 의문 "600건 중 두 건만 조직과 충돌"

2004년 대검찰청에 입사한 오아무개 전 문서감정관은 2015년부터 문서감정 업무를 맡았다. 이후 2026년 퇴직할 때까지 600건 가까운 문서를 감정했다. 지난 14일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오 전 감정관의 말이다.
"대검찰청 문서감정실에서 약 10년 정도 일하는 동안 600건 가까이 문서감정을 했습니다. 감정 결과를 놓고 조직과 이렇게 충돌한 것은 두 건뿐입니다."
그가 말한 두 건은 과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이른바 '조폭 뇌물 편지' 사건과 코스닥 상장사 A업체의 대여금 약정서 사건이다.
오 전 감정관은 두 사건 모두 문서에 담긴 필적이 동일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지만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다른 감정관에게 재배당을 해달라는 요청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감정 결과는 당시 예규상 처리기한인 20일을 크게 넘겨 각각 의뢰 70일째와 219일째 회신됐다.
그는 이 같은 내용을 지난 2025년 10월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 권익위는 업무처리의 적정성에 관한 부분을 법무부에, 형사책임에 관한 부분을 경찰청에 각각 송부했다.
<오마이뉴스>는 오 전 감정관이 자신이 진행한 600건 가까운 감정 가운데 왜 유독 이 두 사건에서만 조직과 충돌했다고 주장하는지, 처리 지연과 재배당 불발의 경위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그를 만났다. 문서감정실 책임자였던 윤아무개 전 실장의 입장도 함께 들었다.
[첫 번째 사건] 이재명 '조폭 뇌물 편지'
이재명 당시 대선후보의 조폭 연루 의혹은 2021년 국민의힘이 성남 지역 폭력조직 출신 인사가 보관했다는 편지를 공개하면서 불거졌다. 편지에는 이 후보 측에 여러 차례 거액을 전달했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고, 편지 내용은 돈다발 사진과 함께 조폭 연루설의 근거로 정치권과 언론에 퍼졌다.
그러나 작성자로 지목된 인물은 이 후보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적힌 부분은 자신이 작성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이에 수원지검은 2021년 12월 28일과 29일 대검 법과학분석과에 편지의 필적과 가필 여부에 대한 감정을 의뢰했다. 오 전 감정관이 주임감정관을 맡았다.
대검은 가필 여부에 관한 감정 결과를 2022년 1월 6일 먼저 수원지검에 회신했다. 그러나 필적 동일 여부에 대해서는 내부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 전 감정관은 인터뷰에서 이 후보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내용이 적힌 부분과 나머지 부분 사이에서 한글 자음 'ㅇ'·'ㅈ'·'ㅊ'·'ㅅ'·'ㅁ'의 운필 방식과 글자의 시작과 끝, 느낌표 형태 등 여러 차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서로 다른 사람이 작성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을 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시 문서감정실장은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고 한다.
오 전 감정관은 "주임감정관 의견과 다르다면 어느 글자의 어떤 특징을 잘못 봤는지 과학적으로 설명하면 된다. 구체적인 근거 없이 동의하기 어렵다고만 하면 감정은 더 진행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는 의견 차이를 해소하기 어렵다면 다른 감정관에게 사건을 재배당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결국 대검은 필적이 같거나 다르다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감정관들의 공통된 의견을 도출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회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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