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에게 이 영화를 보여주고 싶습니다

이 뉴스, 어떠셨어요?
한 번의 탭으로 반응을 남겨요 · 로그인 불필요
"방귀 냄새 나. 역겨워."
"밥을 싸오다니. 별종이다."
노란 머리의 백인 아이들 사이에서 김동현이라는 이름은 유독 눈에 띈다. 교사는 그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지 못하고, 영어 이름을 지어올 것을 제안한다. 이어진 점심시간, 엄마가 싸준 김밥을 꺼내자 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린다. 낯선 음식에 아이들은 노골적인 혐오를 쏟아낸다. 결국 동현은 엄마가 싸준 도시락을 몰래 쓰레기통에 버린다. 그날 이후 동현의 별명은 '라이스 보이(rice boy)'가 된다.
<라이스보이 슬립스>는 1990년대에 캐나다의 한 소도시에서 유년 시절을 보낸 앤소니 심 감독의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어린 시절 그는 TV나 영화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을 품었다.
'왜 나처럼 생긴 사람이 없을까?'
어른이 된 그는 한국인 이민자의 삶을 다룬 작품을 직접 만들어 보기로 한다. 한국에서 이민 온 아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절 계단에 버려진 아이 소영(최승윤)은 고아원을 전전하다 성인이 되어 한 남자를 만난다. 두 사람은 사랑에 빠져 아이를 낳지만 남자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1980년대는 미혼모의 아이를 법적으로 출생신고할 수 없는 시대였다. 소영은 갓 태어난 아이를 품에 안고 한국을 떠나기로 결심한다.
캐나다에서 소영은 공장 생산직 노동자로 일하며 생계를 꾸려간다. 말도 문화도 낯선 곳에서 아들 하나만 바라보며 헌신하지만 동현의 삶은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학교에서 인종차별과 따돌림을 겪는 동현은 자신의 상황을 엄마에게 털어놓지 않는다. 무심코 내뱉는 말과 스쳐가는 표정만으로 소영은 아들이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짐작한다.
어느 날 밤, 거울 앞에서 혼자 눈을 찢어 보던 동현은 엄마에게 묻는다.
"엄마, 나 이상하게 생긴 거 같아?"
그러자 소영은 동현에게 말한다. 누가 너를 놀리거나 괴롭히면 "두 유 노 태권도?" 하면서 세게 때리라고. 그럼 아무도 너를 괴롭히지 못할 거라고. 소영의 이런 태도에는 한국에서는 부모 없는 아이로, 캐나다에서는 동양인 싱글맘으로 살아가며 차별을 겪어야 했던 자신의 삶이 반영돼 있다. 공장에서 성추행을 하는 백인 남성에게 소영은 경고한다. 한 번만 더 내 몸에 손을 대면 죽여버리겠다고.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아이들
하지만 소영의 말은 오히려 독이 된다. 술래잡기를 하던 아이들은 동현의 안경을 빼앗고 "라이스 보이"라고 놀리며 침을 뱉는다. 동현은 엄마가 가르쳐 준 것처럼 "두 유 노 태권도?"라고 외치며 백인 아이들에게 달려들었다가 결국 학교에서 정학 처분을 받는다. 학교를 찾아간 소영은 다른 아이들도 인종차별과 괴롭힘으로 정서적 폭력을 가했는데 왜 물리적 폭력을 행사한 동현만 처벌받아야 하느냐고 항의한다. 이것 또한 인종차별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러나 소영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9년의 시간이 흐르고 동현은 10대 청소년 데이비드(이든 황)가 된다. 노랗게 탈색한 머리에 푸른색 렌즈를 낀 그는 이제 백인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함께 담배를 피우며 성적인 농담을 나누고, 친구 집에 모여 대마초 브라우니를 나눠 먹기도 한다. 엄마를 졸졸 따라다니던 꼬마 아이는 이제 엄마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이 하나둘 늘어난다. 집에서도 한국어보다 영어를 더 많이 쓴다.
전체 내용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