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징계보다 시급한 건... 벌로 끝내지 말고 교육의 시간 채워야"

6월 29일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 광주제일고와 서울 배재고의 경기에서, 배재고 선수들이 5·18 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과거 스타벅스가 특정 이벤트에서 5·18 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비판을 받았던 사례를 악용한 것이다.
이번 사건은 스포츠맨십의 결여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야구 전문 기자는 배재고 야구부 논란을 어떻게 보는지 듣고자 지난 6일 박동희 <더게이트> 대표기자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다음은 박 기자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5.18이라는 코드 알아야 완성되는 조롱... 어른들의 책임 더 무거워"
- 최근 제81회 청룡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에서 서울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라고 응원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스포츠에서 야유 자체는 죄가 아닙니다. 상대 투수가 흔들릴 때 '치지 마라, 볼이다'라거나, 상대 타자를 향해 '저 타자 물방망이다, 투수 공 못 쳐, 가운데로 던져'라고 야유하는 건 전 세계 어느 프로·아마추어 야구장에나 있는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번에 문제가 된 건, 이 야유가 '무엇을 겨냥했느냐'에 있습니다.
배재고 학생 선수들이 8회 초 더그아웃에서 광주제일고 학생 선수들을 향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라고 했잖아요. 이건 상대의 플레이가 아니라 상대의 고향, 그리고 그 고향이 겪은 비극의 역사를 조준한 겁니다. 이건 야유가 아니라 모욕입니다. 많은 사람이 충격받고 공분한 것도 단순 야유가 아니라, 상대 팀의 고향과 그 고향이 겪은 역사적 비극을 모욕의 대상으로 삼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그러면 이거는 표현의 자유가 아닌 거죠?
"표현의 자유는 국가 권력의 검열로부터 시민을 지키는 권리입니다. 야구장에서 아무 말이나 해도 되는 면허가 아니에요. 스포츠는 자발적으로 규칙에 합의하고 들어가는 세계입니다. 스트라이크 존이 싫으면 타석에 서지 않으면 됩니다. 타석에 선 순간 그 스트라이크 존을 받아들인 거예요. 마찬가지로 대회에 출전한 순간, 학생 선수는 협회 규정과 스포츠정신이라는 존 안에 들어온 겁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번 사안을 스포츠정신에 반하고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로 판단해 징계한 건 검열이 아니라, 그 세계의 룰 적용입니다.
표현의 자유는 무척 소중합니다. 소중하니까 아껴 써야 합니다. 학살 피해자를 조롱할 자유를 지키자고 만든 권리가 아닙니다. 정작 이 사태에서 지켜야 할 표현의 자유가 있다면, 그건 46년 전 광주에서 총칼에 막혔던 바로 그 시민들의 목소리입니다."
- 아이들이 모르고 하는 거라는 의견도 있던데 어떻게 보세요?
"배재고 학생 선수들이 그 단어가 의미하는 바를 몰라서 했다고 주장할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학생 선수들이 일반 성인들보다도 더 잘 아는 게 있어요. 바로 스포츠맨십입니다. 이 스포츠맨십의 첫 번째 원칙은 상대에 대한 존중입니다.
스포츠 경기는 상대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아요. 여기서 상대는 적이 아니라 나를 완성시켜주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상대의 존재 근거, 즉 출신과 역사를 조롱하는 순간 경기는 경쟁이 아니라 공격이 됩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번 사안을 스포츠정신 위반이자 경기장 질서를 문란하게 한 행위로 판단한 것도 그래서입니다. 학생 선수들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나는 말이 무엇인지도 알았을 겁니다."
- 만약에 '스타벅스 가야지'를 광주 일고가 아닌 다른 지역 학생들이었어도 했을까요?
"만약 광주 소재 고등학교가 아니라 다른 지역 고교였으면 배재고 학생 선수들이 '가야지 가야지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를 외쳤을까요? 안 했을 겁니다. 그게 이 사태의 본질입니다. 이 구호는 오직 광주 소재 고교 앞에서만 작동합니다. 5·18이라는 코드를 알아야만 조롱이 완성되는 구조예요.
바로 여기서 '의미를 몰랐다'는 진술과 충돌이 생깁니다. 정말 몰랐다면 왜 하필 광주일고 앞에서 그 단어가 나왔겠습니까. 백 번 양보해 선창한 아이는 몰랐다고 쳐도, 더그아웃에서 그 구호가 '먹힌다'는 걸 아는 누군가는 있었다는 얘기입니다. 조롱은 상대가 아파할 지점을 알아야 겨눌 수 있으니까요."
- 그럼, 5.18과 스타벅스를 어느 정도 알고 한 거란 거죠.
"저는 여기서 한 발 더 들어가야 한다고 봅니다. 그 코드를 고교 야구부 학생 선수들이 어디서 배웠느냐는 겁니다. 교과서가 아니라 온라인 혐오 밈에서 배웠을 겁니다. 세상 어느 교과서에도 그런 식의 혐오와 조롱을 가르치진 않을 테니까요. 5·18을 웃음거리로 만든 밈을 만들고 퍼뜨린 건 어른들입니다. 그러니 이 질문의 답은 이렇게 정리됩니다. 표적은 우연이 아니었고, 그래서 무지는 면죄부가 못 되며, 그 표적 사격법을 가르친 어른들의 책임이 더 무겁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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