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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양말 한 짝에서 시작된 춤 "사람도 결국 비슷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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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양말 한 짝에서 시작된 춤 "사람도 결국 비슷하죠"

검수대 위에 양말 한 짝이 놓인다. 실밥이 조금 풀렸거나 길이가 미세하게 다르다. 신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다. 발을 감싸고 체온을 지키는 기능도 그대로다. 하지만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양말은 '하자' 판정을 받고 폐기된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 댄스 UP:RISE'에 참여하는 손정현 안무가의 신작 〈발끝의 균형〉은 그렇게 버려진 양말 한 짝에서 시작됐다. 양말 가게를 운영하는 지인에게서 기능에는 문제가 없지만 작은 오차 때문에 적지 않은 제품이 폐기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눈앞에 남은 것은 양말의 모양보다 그 말을 둘러싼 이상한 감정이었다.

"기능에는 아무 문제가 없는데도 하자로 분류된다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어요."

그 말은 오래지 않아 사람에게로 옮겨갔다. 학력과 외모, 능력과 성취가 사람을 가르는 잣대가 되고, 기준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부족한 존재로 취급되는 현실. 더 복잡한 것은 우리 모두가 평가받는 사람이면서 동시에 누군가를 평가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손정현은 양말을 통해 사회를 단정적으로 비판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우리가 너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 온 기준을 잠시 멈춰 세운다. 하자는 누가 정하는가. 기준 밖으로 밀려난 것은 정말 쓸모없는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부터 타인의 시선을 자기 안에 들여놓고 스스로를 검수하기 시작했는가. 인터뷰는 7월 1일 춘천에서 진행됐다.

기준 밖으로 밀려난 몸

손정현은 말보다 먼저 반응하는 몸을 오래 바라본다. 처음 만난 사람들이 모인 어색한 자리에서 침묵을 견디지 못해 말이 많아지는 사람, 분위기를 깨지 않으려 행동이 커지는 사람, 반대로 누군가가 대화를 주도하자 자신의 존재감을 줄이며 조용해지는 사람. 같은 사람도 누구와 함께 있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몸이 된다.

"사람의 감정이나 의도가 말이 아니라 몸에서 먼저 느껴질 때가 있어요. 형태가 크게 바뀐 것은 아닌데도 긴장이나 호흡, 시선의 방향 같은 작은 변화가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죠. 그럴 때면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그의 작업은 이처럼 몸에 남은 미세한 흔적을 따라간다. 전작 <음어아(Um Uh Ah)>에서는 기술에 의존한 끝에 언어와 감각을 잃어가는 미래 인간을 그렸고, 〈비바 라 비다〉에서는 타인의 시선 속에서 흔들리는 한 인간의 내면과 자화상을 바라봤다. 이번 〈발끝의 균형〉에서는 사회적 기준에 맞추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조율하는 몸을 무대 위에 올린다. 서로 다른 작품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하나의 질문이 흐른다. '나는 나를 잃지 않고 살 수 있는가.'

〈음어아〉가 우리가 기술에 기대며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물었다면, 〈비바 라 비다〉는 "나는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자기 안으로 돌려보낸 작업이었다.

〈발끝의 균형〉에서는 그 질문이 다시 사회와 관계 속으로 향한다. 타인의 기준과 시선 사이에서 몸과 마음을 온전히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가. 그 질문은 손정현 자신의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학교에 다닐 때 그는 작은 키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맡을 수 있는 역할에 한계가 있다고 느꼈다. 노력으로 바꾸기 어려운 신체 조건 앞에서 스스로를 부족한 존재로 여긴 순간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그는 학생을 가르치고 무대에 설 사람을 선택하는 자리에 있다.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신체 조건과 캐릭터, 무대 구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누군가를 선택하면 누군가는 제외될 수밖에 없다. 평가받던 사람이 어느새 평가하는 사람이 된 것이다.

"누군가를 선택하고 제외할 때마다 '나는 지금 어떤 기준으로 이 사람을 바라보고 있는가'를 스스로에게 묻게 됩니다. 평가를 완전히 피할 수는 없겠지만 그 기준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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