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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기이한 국민 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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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의 기이한 국민 통제

보호라는 이름의 '금지 만능주의'가 삼킨 일상

최근 우리 사회는 이상한 '금지 열풍'을 겪고 있다. 안전사고가 우려된다는 이유로 학교 내에서 학생들의 축구를 금지하거나, 사고 위험을 원천 차단하겠다며 수학여행 자체를 폐지해 버리는 식이다. 국민 혹은 구성원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은 거창하지만, 정작 알맹이를 들여다보면 사고 책임에서 벗어나려는 행정 편의주의적 '과잉 규제'에 가깝다. 주체적인 판단과 자율성을 존중하기보다, 통제와 금지로 문제를 손쉽게 해결하려는 관료주의적 속성이다. 이러한 행정 편의주의와 과잉 규제의 전형이 존재하는 곳이 있다. 바로 대한민국 외교부의 '여행 금지' 제도다.

많은 국민이 여행 금지 제도를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대한민국의 여행 금지 제도는 주요 선진국들과 비교할 때 매우 이례적인 형사 처벌 규정을 수반하고 있다. 해당 국가를 방문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국민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 대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8월 28일부터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이 더 강화됐다). 지난 2007년 아프가니스탄 샘물교회 사태 이후 국민 안전을 이유로 도입된 처벌 조항에 따른 결과다.

이러한 강력한 형사처벌 중심의 규제가 글로벌 표준과 얼마나 거리가 있는지는 입법부의 자료를 통해서도 역설적으로 드러난다. 지난해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검토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적으로 여행 경보 제도를 운영 중인 주요 국가들 가운데 처벌을 동반한 강제 규정은 매우 드문 제도로 확인된다. 다른 선진국들은 대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 사항'에 그치며, 국민의 자율적 판단과 책임을 존중한다는 사실을 정치권도 인지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이를 개선하려는 입법부의 접근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도의 본질적인 모순인 형사 처벌 규정을 국제 표준에 맞추기보다는, '특정 인도주의 구호 단체에만 예외를 인정하자'는 식의 제한적인 개정 논의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 중인 '예외적 여권 사용 허가' 제도 역시 승인 기준이 극도로 제한적이어서 일반 국민의 기본권 보장과는 괴리가 크다. 결국 입법부마저 국민의 보편적 이동의 자유를 회복하는 근본 개혁이 아닌, 특정 대상에 예외적 통로만 열어주는 소극적 제도 보완에 그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해외 국가들의 '권고' 규정을 '강제 금지'로 합리화

대한민국 여행 금지 제도의 가장 심각한 논리적 모순은 국민의 목소리를 대하는 태도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최근 국민참여플랫폼 '청원24'를 통해 접수된 '이라크 전 지역의 여행 금지 해제 요청' 국민공개청원과 이에 대한 외교부의 공식 답변서(2026년 3월 16일 통지)는 이 제도의 본질적인 모순을 집약해서 보여준다.

해당 청원을 제기한 국민 A씨는 이라크인과 결혼해 가정을 이룬 다문화 가정의 가장이었다. A씨는 청원글을 통해 "현지 내전이 종식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고 타국 국적 여행객들은 자유롭게 왕래하는 상황이지만, 본인은 대한민국 여권법 규제 때문에 이라크에서 아직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심지어 "처가가 홍수 피해를 당했을 때조차 사위로서 장인, 장모님을 찾아뵙지 못했다"라며 이동의 자유를 이토록 제약해야만 하는 객관적이고 구체적인 사유를 당국이 명확하게 밝혀줄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규제 당국인 외교부 해외위난대응과가 내놓은 공식 답변서는 청원인이 제기한 핵심 의문과 절박한 현실에 대한 직접적인 설명 대신 납득하기 어려운 비교 논리를 펼쳤다. 외교부는 답변서에서 "미국, 캐나다, 호주 등 주요국들도 이라크를 여행 금지(Do not travel) 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라는 점을 들어 자신들의 제도 운영을 합리화했다.

하지만 이는 제도의 본질을 간과한 불공정한 비교이다. 외교부가 언급한 미국, 캐나다, 호주 등의 여행 경보는 법적 처벌 규정이 없는 단순 '권고' 체제로 운영되며 국민의 자율적 판단과 책임을 존중하는 반면, 대한민국의 제도는 방문 자체를 범죄로 규정해 형사 처벌을 수반하는 세계적으로 매우 이례적인 강제 규정이기 때문이다.

동일선상에서 비교하기 어려운 타국의 권고 규정을 내세워 자국민을 형사 처벌 대상으로 만드는 강력한 처벌 제도의 정당성 근거로 삼는 것은 행정 편의주의적 접근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 외교부는 주이라크 대한민국 대사관의 의견을 인용하며 "드론을 사용한 국지적 무력 위협 등으로 언제든지 치안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언급했는데, 이는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가능성'이라는 일종의 가정적 논리에 매달려 강력한 형사 처벌 규제를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결과적으로 이러한 답변만으로는 규제 연장의 구체적인 판단 근거로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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