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모약 건보 적용' 물어보니, 97년생 단톡방의 싸늘한 반응

AI 통합 요약
코스피가 18일 역사적으로 처음 9,000선을 넘었고 19일 장중 9,300선까지 도달했다가 급락하며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반도체 대형주의 집중적 상승에 지탱된 상승 반면 코스닥은 1,000선이 붕괴되어 양극화가 심화했으며, 외국인 투자자 복귀 없이 개인과 기관 투자자 자금이 주도적으로 시장을 움직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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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가 20~34세 청년을 대상으로 탈모 치료제에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과거 대선 정국에서 등장해 이목을 끌었던 사안이 구체적인 정책의 꼴을 갖추고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청년층의 경제적 부담 완화'라는 꽤 솔깃한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이 정책을 바라보는 시선은 복잡하게 엇갈린다.
정책의 직접적인 수혜 대상이자 당사자인 내 또래 청년들의 생각은 어떨까. 1997년생, 이제 막 좁은 취업 문을 통과했거나 여전히 치열한 경쟁 사회에서 고군분투하는 우리 세대에게 탈모는 가벼운 농담거리로 넘길 수 없는 절박한 현실이다.
"나도 탈모 걱정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희귀질환 먼저 건보 적용해야"
조심스레 친구들이 모인 단체 채팅방에 질문을 던져보았다. 첨부한 대화 내용이 2030의 가감 없는 민심을 보여준다. 본인 역시 슬슬 탈모가 걱정된다던 한 친구는 "건보 적용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도 않는데, 명분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본인에게 떨어질 콩고물보다 정책의 타당성을 먼저 물은 것이다.
건강보험 적용의 우선순위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도 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아픈 사람들이 먼저여야 하는 것 아니냐"며 "어떻게 보면 탈모는 사지는 멀쩡한 건데, 지금 희귀병 때문에 건보 적용이 안 되는 질환도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을 논할 때, 생명과 직결된 중증 질환이 아닌 탈모를 우선순위에 두는 것을 두곤 "희귀질환 먼저 해야지, 탈모부터는 너무 포퓰리즘 아닌가 싶다"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청년들의 말 못 할 고충을 위해 발 벗고 나선다 해도 이들의 시선이 이토록 냉랭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청년 세대가 정권에 비판적이어서가 아니라, 이들이 마주한 척박한 의료 현실에 대한 뼈저린 자각에서 비롯한다.
당장 내가 발 딛고 있는 충북 음성군만 하더라도, 제대로 된 응급 의료 체계나 중증 질환을 다룰 필수 의료 인력이 부족해 위급한 순간 거점 도시로 먼길을 내달려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이 일상처럼 벌어진다.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 구급차에서 골든타임을 놓치고, 지역의 필수 의료 생태계가 무너져 내리는 참담한 현실을 두 눈으로 똑똑히 목도하고 있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의 우선순위가 무너질 때, 결국 그 피해는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인 사람들이자 미래를 살아갈 청년 세대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환자들을 구제할 사회적 안전망이 숭숭 뚫려 있는 마당에, 많게는 수천억 원의 재정 부담이 예상되는 탈모약 지원 정책에 무작정 환호할 만큼 청년 세대는 어리숙하지 않다.
실제 전문가들의 비판하는 부분도 이 지점이다. 정재훈 고려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탈모약 급여화, 무엇을 보아야 하는가>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탈모로 인한 고통과 심리적 위축은 진지하게 다뤄야 할 문제이지만, '그 고통을, 한정된 공보험 재원으로 풀 것인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가?' '새로운 급여를 논하기 전에, 이미 들어와 있는 비효율부터 덜어내는 재평가가 충분히 이루어지고 있는가?' 또 '표가 되는 항목과 근거가 되는 항목 중 우리는 무엇을 기준으로 삼을 것인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보험은 모두의 돈으로 운영되는 유한한 제도"이므로, "그 돈을 어디에 쓸지 정하는 일은 반드시 원칙과 근거 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비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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