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안 되겠어?"에서 시작... LCOY Korea가 보여준 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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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심각합니다."
기후변화 관련 강연이나 환경회의에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하지만 행사가 끝난 뒤 참가자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심각성을 일방적으로 배우는 것만으로 사람들은 정말 행동하게 될까? 지난 3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26 LCOY(Local Conference of Youth) Korea는 이 오래된 질문에 전혀 다른 이정표를 제시했다. LCOY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청년 공식 네트워크인 'YOUNGO'가 승인하는 지역 청년 기후 컨퍼런스다.
미래세대가 기후 문제를 논의하는 국제 프로그램이지만, 현장에서 목격한 이번 행사의 본질은 화려한 타이틀이 아니었다. 전문가의 경고를 듣고 고개를 끄덕이는 데서 나아가, 청년과 청소년들이 직접 대안을 만들고 사회적 언어로 번역해 내는 '실행형 기후 시민교육'의 장이었다.
안 된다고 말하기보다 "왜 안 되겠어?"라고 묻는 태도
이번 행사에서 가장 깊은 울림을 남긴 것은 성공회대학교 김추령 교수의 기조강연이었다. 대다수 기후 강연이 인류의 파멸적 미래나 1.5℃ 목표 붕괴라는 공포심을 자극하는 데 집중할 때, 김 교수는 자연의 본질인 '연결과 협력'을 이야기했다.
그는 화면 가득 세포 내 공생설과 식물 뿌리의 균사 네트워크 시스템, 인간 몸 안의 미생물 생태계인 '마이크로바이옴' 자료를 보여주며 생태계는 경쟁이 아닌 철저한 공생으로 유지된다고 설명했다. 인간 역시 흙과 미생물, 자연 순환 시스템과 분리될 수 없는 공존의 주체라는 관점이었다. 곧 자연과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며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를 구하기 위해서 지구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와 닿았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바누아투 대학생들의 사례였다. 2019년 바누아투의 대학생 27명은 "기후변화와 인권 문제를 세계 최고 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로 가져가자"는 무모해 보이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주변 모두가 "현실성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지만 그들은 멈추지 않았다. 결국 5년 뒤, 국제사법재판소는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는 국가의 법적 책임을 인정하는 역사적인 권고적 의견을 내놓았다.
김 교수는 이 사례를 통해 "안 된다고 지레 포기하기보다, '왜 안 되겠느냐'고 끊임없이 묻는 태도가 세상을 바꾼다"며 희망을 잃지 말 것을 당부했다. 철학자 스피노자는 희망을 '불확실한 기쁨'이라 정의했다고 한다. 미래가 완벽히 보장되어서 품는 마음이 아니라, 결과를 알 수 없음에도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하며 발을 내딛는 역동성이 곧 희망이라는 뜻이다. 바누아투 청년들의 5년은 불확실함이 행동을 멈출 핑계가 아니라, 오히려 희망을 붙들고 행동해야 할 이유임을 증명하고 있었다.
포스트잇에 새긴 현장의 목소리, 집단지성으로 쓴 '기후 성명서'
강연이 심어준 '희망의 감각'은 강의실을 넘어 청년과 청소년들의 주체적인 '사회적 실행'으로 곧바로 번역됐다. 지난 2월부터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청(소)년들의 목소리를 모아온 LCOY 정책성명팀은, 이날 컨퍼런스 현장을 진짜 성명서의 알짜배기 내용을 채우는 공간으로 바꾸었다.
이러한 집단지성의 정점을 보여준 것이 바로 세션 2 '오픈 플로어: 함께 쓰는 청년 기후 성명서'였다. 강의실 벽면에 마련된 화이트보드와 철망 격자판에는 정책성명팀이 던진 "우리 사회에서 마주하는 '정의로운 전환' 문제를 언제 가장 체감하나요?", "정의로운 전환으로 나아가기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같은 무거운 질문들이 걸려 있었다.
참가자들은 그 질문들을 마주하고 저마다의 현실에서 길어 올린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대답들을 포스트잇에 빼곡히 적어 붙이기 시작했다. 화이트보드 위에는 "최저임금 인상 및 청년 외직 인원 상승", "정부의 기후테크 교육 지원", "구직난" 같은 생생한 목소리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됐다. 정답을 받아 적는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서로의 고민을 이어 붙이며 "어떻게 해야 경력단절과 구직자들이 기후테크에 더 많이 유입될 수 있을까?" 같은 대안을 현장에서 스스로 도출해 내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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