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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찾은 그 자리... 이삭귀개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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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다시 찾은 그 자리... 이삭귀개는 끝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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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전, 오랜만에 월평공원 금정골을 찾았다. 나에게 금정골은 아픈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20년 가까이 이곳을 드나들었지만 발걸음이 가벼웠던 적은 많지 않았다. 특히 이날은 더욱 그랬다. 20여 년 전 희귀 식충식물인 이삭귀개와 땅귀개를 처음 발견했던 장소를 다시 찾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2007년으로 돌아간다. 당시 월평공원 관통터널 계획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함께 현장을 답사하고 있었다. 금정골 계곡을 따라 걷던 중 대전환경운동연합 고병년 전 의장이 산책로 옆에 피어 있는 작은 꽃을 발견했다. 워낙 작고 눈에 띄지 않는 식물이어서 대부분 그냥 지나쳤을 법한 모습이었다.

고 전 의장은 함께 현장에 있던 국립중앙과학관 이상명 박사에게 확인을 요청했다. 이상명 박사는 한참 동안 식물을 살펴보더니 조용히 말했다. "여기 관통도로는 안 될 것 같네." 당시만 해도 그 말의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곧 이유를 알게 됐다. 그 작은 식물은 전국적으로도 매우 드물게 발견되는 식충식물인 이삭귀개와 땅귀개였다.

이상명 박사는 땅귀개 한 개체를 조심스럽게 뽑아 물에 띄워 보이며 식충식물의 생태를 설명해 주었다. 환경운동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던 나에게는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다. 이삭귀개와 땅귀개라는 이름도 처음 들었고, 이들이 살아가는 이탄층이라는 환경도 처음 알게 됐다.

이탄층은 오랜 시간 동안 습지에 쌓인 식물 잔해가 완전히 분해되지 못한 채 축적되어 형성된 유기질 토양이다.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으면서도 영양분은 매우 적다. 일반 식물에게는 척박한 환경이지만, 오히려 이삭귀개와 땅귀개 같은 식충식물에게는 최적의 서식지가 된다. 부족한 영양분을 보충하기 위해 작은 포충낭으로 미생물을 포획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발견 장소였다. 전국적으로 귀한 식물이 깊은 산속 비밀스러운 습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수시로 오가는 산책로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현장을 오가며 관찰한 결과 이삭귀개는 단순히 습한 곳에만 사는 식물이 아니었다. 햇빛이 충분히 드는 환경을 좋아했다. 문제는 이런 조건을 동시에 갖춘 장소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숲속 습지는 대부분 나무가 우거져 햇빛이 부족하고, 반대로 햇빛이 잘 드는 곳은 쉽게 건조해진다. 사계절 물기가 유지되면서도 충분한 햇빛이 드는 환경은 생각보다 드물다.

금정골은 그런 조건을 갖춘 몇 안 되는 장소였다. 산책로 옆 사면에서는 지하수가 끊임없이 스며 나왔고, 숲은 적당히 열려 있어 햇빛도 충분했다. 화려하지도 않고 크기도 손톱만 했지만, 이삭귀개와 땅귀개는 오랜 세월 동안 형성된 월평공원 생태계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상징 같은 존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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