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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감독님, 매미가 무서워요"…'입에 대한 앙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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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BIFAN, 이거 '중렙'이랬잖아요!!! Y3 : '주온'으로도 잘 알려진 J호러의 거장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긴키 지방의 어느 장소에 대하여' '더럽혀진 성지 순례에 대하여' 등을 쓴 요즘 일본에서 핫한 작가 세스지의 동명 초단편을 원작으로 하는 '입에 대한 앙케트'로 부천을 찾았다. BIFAN 프로그래머들이 '중렙'을 위한 호러로 추천했는데, 중렙에 적당했다고 생각하나?
 
Y1 : 쪼중만에서 자칭 '중렙'을 맡고 있는 나에게도 조금은 '중만렙'에 가까운 레벨이었다. 심령 스팟과 묘지, 저주받은 나무라는 소재가 '어딘가에는 정말 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심어줬다. 심령 스팟을 찾은 대학생들의 오싹한 체험담. 서로 다른 '입'에서 나온 증언의 퍼즐 조각들이 하나씩 맞춰질수록 오히려 진실은 더욱 흐려지고 더럽혀지는!
 
Y2 : 정말 예기치 않게 만렙 추천 영화 예매를 실패했는데, 스스로를 칭찬해 주고 싶다. 만렙은 그냥 못 버티고 중도 이탈했을 수도. '입에 대한 앙케트'는 그나마 짧은 괴담을 확장한 고백 형식의 1인극 느낌이 나서 잘 버텨냈다.

 
Y3 : 그나마 두 사람이 같이 앉아서 다행이라 생각했다. 근데, 영화 속 장면을 이야기해도 모르던데 두 사람 좀 솔직해져 보자. 영화를 몇 %나 봤나?
 
Y1 : 정말 솔직하게, 실눈 구간에서 잠시 눈이 감겨 한동안 뜨지 못했던 것을 고백한다. 그 부분을 도려내면 60% 정도는 본 것 같긴 하다. 근데, 내가 Y2보다는 확실히 많이 봤다. '주온'이 최애인 Y2, 솔직하게 말해 봐라. 옆에서 보니 영화 전단으로 내내 눈 가리고 있던데?
 
Y2 : 아니, 왜 '주온'이 내 최애지? 몰랐는데, '입에 대한 앙케트'가 '주온' 감독 작품이란 이야기 듣고 예고편으로 찍먹해 보고 갔다. 암튼 20%? 솔직히 이것도 후하게 쳐준 거다. 초반 각 인물의 고백 에피소드 및 형사가 사건을 쫓는 장면을 제외하면 핵심은 모두 스킵했다. 향후 몇 달간의 원활한 숙면을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Y3 : 각자 실눈, 수자이크, 깜놀, 공포지수는 얼마였나? 나 포함 내 주변은 다들 평온(?)하게 관람했다. 공포지수는, 3점을 주겠다. 입 잘못 놀리면 나락행이라는 걸 보며 조심 또 조심을 외치게 됐다.
 
Y2 : 실눈 3점, 수자이크 9점(영화 전단으로 핸드메이드 안대 제작), 깜놀 3점, 공포지수 9점. 공포 영화에서 낮은 일종의 '매너 타임'인데, 그런 '상도덕'도 없었다. 실눈으로 좀 보다가 괴생명체(?)의 실루엣이라도 걸리면 너무 치명적일 거 같아서 등장인물의 사건 고백이 끝난 이후부터는 전면 시야 차단을 선택했다. 실눈과 깜놀이 왜 3점이냐 묻는다면, 보지 않으니 놀랄 것도 없었기 때문. 후훗.
 
Y1 : 정말 Y2는 전단을 야무지게 사용하더라. 난 실눈 7, 수자이크 6, 깜놀 5, 공포지수 7. 사실 이 영화는 '눈'보다 '귀'가 복병인 순간이 많았다. 시각적인 요소가 청각을 압도하지는 못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실눈과 수자이크는 왜 이리 높은 건지, 모든 게 모순이다.

 
J호러 거장 시미즈 다카시, 토시오 대신 매미와 돌아왔다 Y3 : 영화를 보니 '주온' 감독스럽긴 하더라. 원작 소설도 봤지만, 각색을 잘했다. 몇 번의 트위스트를 주면서 텍스트로는 생각을 거쳐야 느껴졌던 공포가 직관적으로 잘 와닿았다. 다들 60%와 20% 기준으로, 영화는 어떻게 봤나?
 
Y2 : 역시는 역시. 공포 영화를 내 인생에서 '아웃'시킨 '주온' 감독의 신작다웠다. 눈을 닫아도 귀로 들리는 매미 사운드가 '여름 공포 영화'의 정수를 충분히 선사했다. 여기에서 끝나지 않고, 주인공들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기괴한 사건들이 찐득하게 기분 나쁜 잔상을 남긴다. 영화 시작 전, 감독이 흔들던 대왕 매미에 웃을 게 아니었다.
 
Y3 : 어쩌면 영화 보기 전 감독이 흔들어 준 대왕 매미가 두 사람에게 에어백 역할을 한 건 아닌가 싶다. 그런데 영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는 것처럼 '입'에 대한 이야기다. 예로부터 조상님들이 '입조심'해야 한다고 했는데, 영화는 이를 호러로 풀어낸 셈이다.
 
Y1 : "자나 깨나 입조심하자 내 자신!"을 오싹하게 느꼈다. 영화 속 주요 소재인 '나무' 역시 처음부터 "저주받은" 존재였던 건 아니다. 누군가 나무에 불길한 의미를 부여했고, 그 이야기가 여러 사람의 입을 거치며 소문이 되고, 담력 시험의 장소가 되고, 마침내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로 변해간다. '세 치 혀는 사람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말처럼,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강력한 저주는 귀신이 아니라 인간들의 '입'이었는지도 모르겠다.

 
Y3 : 제목에는 '입' 말고도 '앙케트'(앙케이트)도 있다. 소설의 앙케이트를 영화에서 잘 살렸는데, 호러 버전 '입조심' 캠페인이었다. 앙케이트를 하며 영화 전반을 다시 돌아보게 하도록 설계했다.
 
Y1 : ㅋㅋㅋ. 관객의 해석으로 빈칸을 채우는 '앙케이트' 형식도 꽤 흥미로웠다. 영화는 관객에게 '산속 묘지에서 담력 시험 중 실종된 여성의 정체는 누구였는가'라는 질문을 던지지만, 하나의 정답을 제시하지 않는다. 엔딩크레딧이 올라간 뒤에도 빈칸의 의미를 찾고, 해석의 여지를 곱씹는 작품은 귀하다.
 
Y3 : 감독이 영화 상영 전 '매미'를 주목해 달라고 했다. 영화에서 주인공들은 점차 자신의 겉껍질을 깨고 그 안에 숨겨진 진짜 속내를 드러낸다. 마치 매미가 탈피하듯이. 그러나 모든 매미가 탈피에 성공하지는 못한다. 또한 말은 생각과 감정을 담은 채 발화자를 거쳐 밖으로 나온다. 그 과정 자체가 매미의 탈피와 닮았다.
 
Y2 : 맞다. 매미가 땅속에서 성체가 되기까지는 엄청나게 긴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막상 성체가 된 후의 매미는 한 달 정도밖에 살지 못한다. 그마저도 탈피하지 못한 채 죽는다면 쇼타의 말대로 가장 '절정'에서 추락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영화 속 매미는 추락을 알면서도 끝까지 가고야 마는 인간의 심리를 투영한 존재 아닐까.

Y1 : 나는 타츠야를 죽여 달라고 소원을 빌던 쇼타의 모습과 끝내 날지 못한 매미가 겹쳐 보였다. 매미가 성충이 되기 위해 탈피하듯, 쇼타 역시 점점 가식과 이성을 벗어 던지고 자신 안에 숨겨져 있던 잔혹한 본성을 드러내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탈피에 실패해 끝내 날지 못하고 죽은 새하얀 매미처럼, 쇼타 역시 복수와 집착에 사로잡힌 채 스스로 파멸한다.

 
'주온' 감독, 살아있네 Y3 :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는 듯하다. 그런데 무엇보다 '매미'는 토시오 시그니처 사운드처럼, 시미즈 다카시표 호러를 완성하는 청각적 요소이기도 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매미는 잘도 울고 있다. "째애애애앵-!!"
 
Y1 : 아, 정말 자꾸 그러지 마라. 진짜 매미는 단순한 배경음이 아니라 공포를 증폭시키는 장치였다.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나 낡은 문이 삐걱거리는 소리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들을 수 있지만, 불편한 감각을 동반하는 소리가 있지 않나. 매미의 울부짖음이 불안을 증폭시키는 소음으로 변하면서 평범한 여름의 소리가 불쾌한 공포를 만들어 냈다.
 
Y2 : 아니, 내가 진짜 '주온' 감독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다. 여름 호러 사운드를 위한 매미 선택부터가 '주온' 감독스럽다. 시그니처 사운드로 유명했던 '주온'처럼 '입에 대한 앙케트'도 자막과 각종 사운드만으로 압도한다. 심지어 단순 고백으로 진행되는 1인칭 진술마저도 그렇다. 일단 난 압도당했다. 시각적 연출 없이도 괴담 오디오 드라마를 듣는 듯한 효과였다.

Y3 : 시미즈 다카시 감독이 사운드로 사람 기분 나쁘게 하는 법은 진짜 잘 안다.
 
Y1 : 와, 나는 왜 그때 눈 뜨고 있었는지 모르겠는데, '저주받은 나무' 아래에서 기괴한 자세로 땅을 파고 있는 한 여성을 마주하는 장면에서 정말 무서웠다. 사람인지 귀신인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존재에게 말을 건 순간, 여성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마치 수천 마리의 매미가 한꺼번에 우는 듯한 괴상한 소리를 내는데, 가장 압도되는 장면이었다.
 
Y2 : 매미 소리뿐 아니라 등장인물 진술도 호러다. 평범한 등장인물 진술 듣기평가 시간인 줄 알았는데 갑자기 녹음기 에러가 나면서 비웃는 남자 목소리가 무한 재생되는 장면. 귀를 막고 싶었는데 이미 눈을 가리느라 두 손을 다 쓰고 있어서 불가능했다. 오감이 저릿하더라.

 
자고로 'J호러'란 Y3 : 시미즈 다카시 감독은 J호러의 거장으로 불린다. 우리나라 호러와 다른 J호러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내가 J호러를 보며 느낀 건 악의적이란 점이다. 그리고 사람들의 불안을 기괴하고 소름 끼치는 방식으로 기분 나쁘게 긁어댄다는 거다.
 
Y2 : 정말 J호러는, 시원한 쾌감이 느껴지는 게 아니라 열대야의 축축한 무더위처럼 끊임없이 피부에 달라붙어 찝찝한 기운을 남긴다. 오히려 그런 잔상 때문에 영화가 끝난 이후에도 곱씹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장악력이 뛰어나다.
 
Y3 : 역시 '주온'이 최애인 Y2다운 분석이다. 내가 'J호러'에 관한 논문을 찾아봤는데, 지난해 나온 '1990년대 일본의 대중문화콘텐츠와 J 호러-J 호러의 장르적 특징과 사회적 함의를 중심으로'(류정훈)에서는 J호러의 특징에 관해 △일상적 공간 및 사물을 공포의 매개체로 활용 △명확한 인과관계 없이 존재하는 원혼의 저주를 통해 예측 불가능한 공포를 제시 등을 든다.
 
또 '주온'의 경우 "가야코와 토시오는 시간과 공간에 제약받지 않고 불쑥 나타나 희생자를 공격한다. 이불 속, 샤워실, 심지어 대낮의 사무실 등 안전하다고 믿었던 일상적인 공간이 순식간에 공포의 장소로 변모한다"고 설명한다.
 
Y2 : 거봐라. J호러는 쉬어가는 구간이 없다. '아, 이젠 괜찮겠지?'라고 생각한 순간 뒤통수가 얼얼해진다.
 
Y1 : 역시 '주온'이 최애인 Y2답다. 난 아직 일본 호러와 한국 호러를 비교할 만큼 공포 영화 경험이 많지는 않은데, [쪼중만의 공포체험]을 통해 경험을 조금씩 넓혀가고 싶다.

 
Y3 : 자, 마지막으로 '입에 대한 앙케트' 별점(5점 만점)과 한 줄 평을 해보자. 난 3.5점. "매미 경보 문자: 저주가 발화하니 입을 조심하세요."
 
Y1 : 3.7점. "입으로 흥한 자, 입으로 망하리."
 
Y2 : 4점. "말 한마디 잘못했다간 골로 가는 여름 매미의 일대기."

[쪼중만의 공포체험]은 (어떻게든) 다시 돌아온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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