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가 사라지고 있다, 최악의 경우까지 검토된 기후변화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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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커피 애호국이다. 카페 문화가 일상화하면서 커피는 단순한 음료를 넘어 하나의 생활 문화로 자리 잡았다. 미국 농무부(USDA)가 발표한 '커피와 차 시장 보고'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은 416잔으로, 이 수치는 세계 평균의 두 배 이상이며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커피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최근 커피 산업에는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국제 커피 기구(ICO)의 '커피시장 월간 동향 – 2026년 2월'에 따르면 미국의 소매 커피 가격은 2026년 1월 기준 전년 대비 18.3% 상승했으며, 지난 5년 동안 누적 상승률은 약 47%에 달했다.
현재 전 세계 커피 생산은 약 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와 약 30%를 차지하는 로부스타 품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로부스타는 비교적 온화한 아열대 기후의 평지에서 재배되지만, 아라비카는 높은 고산지대에서 재배된다. ICO의 '커피시장 월간 동향 – 2026년 4월'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커피 시장에서는 로부스타 원두 사용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로부스타 품종 생두 수출량은 2025년 3월 445만 포대에서 2026년 3월 552만 포대로 24.0% 증가했다. 반면 아라비카 품종 수출량은 2025년 3월 716만 포대에서 13.6% 감소한 618만 포대로 줄어들었다. 기후 변화로 커피 생산 환경이 변화하면서 일어난 변화로 보는 해석이 많다. 더불어 환경과 주고받는 영향이 적은 원두 없는 커피, 즉 대체 커피 또한 조금씩 주목 받고 있다.
기후 변화와 커피 생산
커피는 대표적인 기후 민감 작물이다. 커피는 주로 단작 플랜테이션 형태로 재배되는 사례가 많아 기후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단일 재배 시스템은 생물 다양성이 낮고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완충 기능이 부족해 열 스트레스, 가뭄, 병충해 등에 더 크게 노출된다. 특히 전 세계 커피 생산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아라비카 품종은 30℃ 이상의 온도에서 잘 자라지 못하고, 직사광선에 민감하다. 커피는 주로 북회귀선과 남회귀선 사이 이른바 '커피 벨트' 지역에서 재배되며, 일정한 기온과 강수 패턴이 유지돼야 안정적인 생산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기후 변화로 주요 생산지의 환경 조건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기후 연구 기관 클라이밋 센트럴 Climate Central의 분석에 따르면 전 세계 커피 공급의 약 75%를 담당하는 상위 5개 생산국인 브라질, 베트남, 콜롬비아, 인도네시아, 에티오피아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커피 재배에 악영향을 미치는 고온 일수가 연평균 57일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커피 생산뿐 아니라 품질에도 영향을 미친다. 커피 생산국 중 가장 큰 피해를 본 나라는 엘살바도르로, 커피 재배에 해로운 폭염이 지속된 날이 99일 더 늘어난 것으로 추산되었다. 세계 커피 생산량의 37%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은 30℃ 이상의 고온이 지속된 날이 70일 더 늘어났고, 6%를 차지하는 에티오피아는 34일 더 늘어났다.
기후 변화가 커피 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수치로도 확인된다. IPCC(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5차 평가보고서에 수록된 기후 모델을 기반으로 한 연구에서는 2050년까지 현재 커피 재배 적합지의 약 50%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다른 연구에서는 아라비카 커피의 생물기후적으로 적합한 재배 지역(재배 가능한 장소의 수)은 2080년까지 최소 약 65%, 최대 거의 100%까지 감소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재배 가능 면적(전체 재배 가능한 공간의 규모) 역시 낙관적으로도 38%, 최악은 약 90%까지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재배 현장에서도 기후 변화에 따른 생산 불안정이 체감되고 있다. 국내에서 하우스를 이용해 커피를 재배하는 두베이커피 차상화 대표는 노지 커피 재배에 기후 변화가 미치는 영향에 관해 "평지의 온화한 아열대 기후에서 곤충 등의 수분을 통해 열매를 맺는 로부스타 종은, 기후 변화에 의해 곤충(특히 벌)의 개체수 변화와 우기 장기화, 과습 현상 등으로 수확 시기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며 "환경 변화는 커피 향미와 품질의 지속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산지대에서 자가수정을 통해 재배되는 아라비카종은 기후 변화에 따라 더 높은 지대로 농장을 옮기더라도 커피나무는 수확까지 최소 5년이 걸리는데, 이후 다시 기후가 변화하면 재배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기후 변화는 재배 가능 지역 자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온난화로 커피 재배지는 점점 더 높은 고도로 이동하고 있으며, 해발 1000m 이하 지역에서는 열 스트레스와 병해충 위험이 증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소규모 농가는 이러한 변화에 대응할 자본과 기술이 부족해 생산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공정무역에 참여하지 않는 일반 농가라면 이러한 변화에 더욱 취약하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공정무역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농가는 가격 하락과 기후 리스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구조에 놓여 있다"라며 "이에 따라 관개 시설, 재식재, 병충해 방제 등 기후 대응을 위한 투자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협동조합에 속하지 않은 농가들은 금융 접근성이나 기술 지원, 교육 기회에서도 제외된 사례가 많아 장기적인 기후 적응 역량이 더욱 낮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극단적인 기상 현상이 커피 산업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의 2025~2026년 커피 생산량은 전년 대비 3~6.4%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계 은행 라보뱅크는 특히 건조한 날씨로 아라비카 생산량이 약 13.6%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러한 기후 변수는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커피 공급망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수확량 예측이 어려워지면서 공급 부족과 가격 변동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크며 기후 변화는 커피 공급망을 더욱 불안정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고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 관계자는 설명했다.
세계은행은 가장 급격한 아라비카 커피 가격 변동이 주로 주요 재배 지역의 극심한 기상 현상에서 비롯했다고 분석했다. 가장 두드러진 사례는 1975년에서 1977년 사이에 발생했는데, 세계 최대 커피 생산국인 브라질에 심각한 서리가 내리면서 커피 가격이 세 배로 상승하여 1977년 4월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마찬가지로, 1994년과 1997년 브라질과 페루의 심각한 기상 조건은 급격한 가격 상승을 초래하였다. 최근 들어 2021년 가격이 급등하여 2022년 2월 최고점을 기록했는데, 브라질에 또다시 심각한 서리가 내려 공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격 상승은 커피 산업 전반의 구조 변화로 이어지고 있다. 생산량 감소 가능성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고 재배가 비교적 쉬운 로부스타 품종의 비중이 확대되는 흐름이 나타난다. 실제로 라보뱅크는 브라질의 2025~2026년 커피 생산 전망에서 아라비카 생산이 감소하는 반면 로부스타 생산은 약 7.3% 증가해 일부 공급 부족을 보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급 부족에 따른 가격 상승이 모든 생산자에게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기후 변화와 생산 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많은 소규모 농가가 경제적 압박을 받고 있다. 기후 변화는 단순한 생산 감소를 넘어 농가의 재무적·사회적 부담을 동시에 증가시키고 있으며 수확량 감소와 병충해 확산, 생산 비용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면서 농가의 생계 자체가 위협받는 상황이다. 특히 커피 녹병과 같은 병충해 확산은 심각한 피해를 낳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는 커피 녹병으로 일부 지역에서 최대 30~40%의 수확량 손실이 발생했다.
<가디언>은 중앙아메리카 커피 농가들이 비료 가격 상승과 노동력 부족, 기후 위험 증가로 생산 비용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특히 해발 1000m 미만 농장들이 폭염과 병충해, 질병에 점점 더 취약해지는 실태를 지난 3월 보도했다. 2012년의 한 연구에서는 아라비카 커피의 생태적 특성과 내성을 바탕으로 볼 때 생물기후적 부적합성이 개체군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멸종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기후 변화의 영향은 단순한 생산 감소를 넘어, 커피 산업 전반의 지속가능성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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