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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국가 주도도 아닌 '민주적 AI', 한국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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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국가 주도도 아닌 '민주적 AI', 한국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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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사회적 합의보다 빠르게 일상과 제도의 근간에 스며들었다. 마침 'AI 기본사회'라는 말도 정책 담론의 한복판에 들어왔다. 모두에게 AI의 후생을 보장하자는 제안은 반갑다. 그러나 그 제안에는 큰 빈자리가 하나 있다. 누구에게 무엇을 줄 것인가라는 이야기인데, "AI를 누가 소유하고 누가 결정하는가?"라는 질문은 비어 있다. AI를 둘러싼 가장 익숙한 질문은 "누가 얼마나 빠르게 똑똑해질까?"이지만, 사회의 모양을 실제로 가르는 질문은 따로 있다. 바로 "AI의 주도권을 누가 쥐는가?"이다.

시장도, 국가 주도도 아닌 제 3의 길 '민주적 AI'

지금 AI의 미래를 그리는 지배적 모델은 둘이다. 하나는 시장 주도 모델이다. 미국에서 두드러지는 이 경향은 빅테크를 중심으로 자본과 시장이 혁신을 이끈다. 속도와 자본력은 압도적이지만 소유와 결정과 이익이 소수의 거대 기업에 집중된다. 윤리적 AI나 'AI for Good'의 약속은 그 구조 위에 자선으로 얹히지만, 구조 자체를 바꾸지는 않는다. 이 길의 도착점은 시민이 고객으로 자리하는 사회다.

다른 하나는 국가 주도 모델이다. 중국에서 두드러지는 이 경향은 국가 차원의 자원 동원에 강점이 있지만, 결정권이 국가에 집중되며 시민의 주권은 구조적으로 소외된다. 도착점은 시민이 통치의 대상이 되는 사회다. 두 모델의 공통점이 곧 그 한계다. 어느 쪽도 시민을 결정의 주체로 두지 않는다.

그렇다면 '제 3의 길'은 가능한가. 시장 주도도 국가 주도도 아닌, 다중의 이해당사자가 함께 소유하고 결정하고 나누는 AI를 '민주적 AI'라 부르자. 기술을 '민주적'이라 부르려면 세 측면을 함께 통과해야 한다. 누가 소유하는가(소유·공공재), 누가 결정하는가(거버넌스), 이로움을 누가 누리는가(후생). 셋이 함께일 때 민주적 기술이라 할 수 있다. 좋은 AI-윤리적이고, 누구나 쓸 수 있고,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와의 차이는 바로 이 토대에 있다. 무료로 열어 준 서비스는 정책이 바뀌면 닫히고, 선의로 지킨 윤리는 경영진이 바뀌면 흔들린다. 소유와 결정의 구조가 비어 있으면, 표면의 좋음은 언제든 거두어들여질 수 있다.

소유 구조 내 사전 분배 원칙…모두 이득 보는 구조 필요

교황 레오 14세도 첫 회칙 '위대한 인간성'(Magnifica Humanitas)에서 같은 점을 지적했다. 더 도덕적인 AI라도 그 도덕을 소수가 결정한다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다. 기술은 결코 중립적이지 않다. 고안하고 자금을 대고 사용하는 이들의 성격을 띠기에, 물어야 할 것은 표면의 선함이 아니라 누가 결정하는가다.

분배도 마찬가지다. '민주적 AI'가 말하는 분배는 초과이익에 세금을 매기는 '사후 분배'를 넘어—사후의 조정도 중요하지만—처음부터 소유 구조 안에 분배가 내재되어 있는 '사전 분배'를 중요하게 여긴다. 예기치 못한 막대한 이득이 생기더라도, 민주적 AI가 자리 잡아 모두가 함께 이득을 보는 구조가 미리 마련되어 있다면, 그 이득은 뒤늦게 거둬서 나눠야 할 문제가 아니라 이미 함께 나누는 몫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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