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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철거보다 먼저 무너지는 마을... 복산1구역이 던지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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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철거보다 먼저 무너지는 마을... 복산1구역이 던지는 질문

지난 5일 부산 동래구 칠산동 복산1 재개발구역 골목을 찾았다. 내년 상반기 관리처분계획인가가 예상되는 이곳에는 아직 굴착기나 철거 장비는 들어오지 않았다. 그러나 마을은 이미 철거 이후의 모습을 닮아 있었다. 굳게 잠긴 대문과 '출입금지' 안내문, 잡초가 뒤덮인 빈집, 방치된 폐기물, 인기척 없는 골목과 계단길, 그리고 드물게 남아 있는 주민들만이 오랜 동네의 시간을 지키고 있었다. 사진 속 풍경은 철거 현장이 아니라, 행정절차가 길어지는 사이 공동체가 먼저 해체된 한국 재개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복산1 재개발사업은 2008년 7월 조합 설립 이후 17년 만인 올해 3월 사업시행계획인가를 받았다. 앞으로 약 4300세대 규모의 공동주택이 들어설 예정이지만, 그 긴 시간 동안 마을은 조금씩 비어 갔다. 집은 더 이상 수리되지 않았고 빈집은 늘어났으며 골목은 관리 사각지대로 방치됐다. 남아 있는 주민들은 안전과 위생 문제를 감내하며 살아가고 있다. 특히 고령자와 저소득층 등 취약주거계층은 개발이 지연될수록 열악한 환경에 더 오래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재개발의 혜택은 미래의 일이지만, 그 부담은 가장 약한 주민들이 현재 감당하고 있는 셈이다.

사업 지연의 원인으로 복산고분군에 따른 역사문화환경보존지역 규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문화재는 개발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아니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할 공공의 자산이다. 문제는 문화재와 개발이 아니라, 둘을 조화롭게 설계하지 못하는 재개발 제도에 있다. 도시의 역사는 고분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래된 골목과 담장, 계단, 낮은 집, 그곳에서 살아온 주민들의 삶 역시 도시가 간직해야 할 역사다. 건축과 마을을 가능한 범위에서 보존하면서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방식 또한 충분히 검토할 가치가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재개발은 '전면 철거 후 신축'이라는 획일적인 방식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해외 여러 도시에서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과 골목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노후 주택을 개량하고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재생형 개발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우리 역시 지역의 특성과 역사성을 고려해 기존 건축물을 부분적으로 활용하거나, 골목 구조를 유지하면서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다양한 재개발 모델을 제도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또한 사업이 장기화되는 구역에는 빈집을 공공이 관리하고, 취약주거계층을 위한 임시 공공임대주택과 주거 이전 지원을 강화하는 등 '기다리는 주민'을 위한 안전망도 함께 구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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