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스틱 영화제에서 상영된 '내 이름은', 씁쓸함이 남는 이유

장르성 강한, 그중에서도 공포와 호러 장르에 특화됐단 평을 들어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다. 수많은 영화제가 난립하다시피 일어난 세기초, 이 영화제가 제 자리를 확고히 점하는 데 선명한 색깔은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그러나 오늘에 이르러 장르적 색채가 도리어 영화제의 확장성을 옭아매는 제약이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그들만의 축제일 뿐, 시민사회와 함께 호흡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이야기가 대표적이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대표하는 작품들은 좋게 말해 '판타스틱'이란 수식어가 붙을 만큼 장르성 강한 작품들이다. 평이한 사고와 감각으로는 이르지 못할 만큼 독창적이고 기괴한 영화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창을 통해 한국에 닿게 된다는 이야기다. <렛 미 인> <맨 인 더 다크> 등 이 영화제를 통해 한국에 선보여 화제가 된 작품들을 보자면 그 성격이 어떤지 짐작할 만하다. 한국 작품으로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이 14회 영화제에서 작품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그 때문일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선택을 받은 작품이 한국에 정식 배급되는 경우가 그리 흔치는 않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 가운데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데블스 배스>를 꼽는데, 이 영화 또한 한국에 정식 개봉기회를 2년째 잡지 못하고 있다. 장르성 강하다는 말은 반대로 풀자면 다수 대중이 아닌 소수 마니아에게 호소한다는 뜻과 다르지 않다. 상업적 성공을 바라는 수입배급사의 선택을 받기가 쉽지 않은 이유다(관련기사: 자살할 수 없어 살해를 선택한 자들 https://omn.kr/29iga).
부천의 선택 받은 '내 이름은'의 가치
'찾아가는 동네 영화관'은 시민사회, 나아가 대중일반과 동떨어져 있다는 평가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시도다. 한편으로는 과거 영화를 다시 상영하는 섹션을 통해 예산을 절감하는 효율 또한 있다. 올해 총예산이 65억 원 규모로, 전주국제영화제를 제칠 만큼 규모를 갖춘 이 영화제가 유의미한 해외 작품 발굴이 부진한 상황에서 철 지난 영화를 다시 트는 섹션을 늘려가는 것이 타당하냐는 비판에도 이유는 있을 터다. 그러나, 또 바로 그런 이유로 더 넓은 공감과 이해를 구하는 작업이 간절하기도 하다.
<내 이름은>은 올해 '찾아가는 동네 영화관'에서 소개된 33편의 작품 가운데 하나다. '사랑이 머문 자리', '영화의 이름으로', '단편의 넓이와 깊이'로 구분된 세 개 섹션 가운데 '사랑이 머문 자리'에 자리했다. 영화제는 '가족에 대한 사랑, 동료애, 우정 등 우리 삶 속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담은 영화들을 만나는 섹션'이라며 '마음을 울리는 따뜻한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되새겨 본다'고 그 의미를 설명했다.
작품은 수미상관의 형식을 갖췄다. 영화가 도입부터 그를 예고하는데, 사연 많아 보이는 할머니가 제주도 보리밭 가운데서 춤사위를 보이는 것이다. 사연 있어 봬는 이의 동작을 보인단 건 지금부터 그 사연을 풀어내겠단 뜻이다. 그리하여 모든 사연을 이해했을 땐 달리 보이도록 하겠단 것이다. 수미상관의 기본, 같은 장면을 달리 바라보도록 함을 목표하겠단 선언이다. 그로부터 영화는 보리밭에서 춤을 추는 여자 최정순(염혜란 분)의 이야기를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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