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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바람이 기억의 장소를 스쳐 지나갈 때

오마이뉴스

위화의 <산곡미풍>은 세대와 시대를 관통하는 명작으로 자유와 바람, 그리고 기억에 대해 노래하는 에세이다. 매년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위화는 20세기와 21세기의 급변하는 중국에서 의사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치과의사라는 직업을 가졌었다. 이후 그는 이십대 중반부터 소설을 쓰기 시작했으며, 대표작으로 <인생> <허삼관 매혈기> <형제> <원청> 등이 있다. 특히 청나라 말기 서민의 삶을 시대의 파도와 함께 그려낸 소설 <원청>은 작가가 가장 중국적인 서사를 담아내고자 20년 이상 공을 들여 완성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산곡미풍>은 위화의 인생 일대기 속 주요 사건들을 다룬다. 냇가에서 수영을 배우던 소년 위화는 더 큰 세계를 향한 갈증을 느끼며 강으로, 그리고 더 넓은 바다로 나아간다. 항저우 앞 노란 물결의 바다를 거쳐 푸른 바다를 보고 싶어 하던 소년은 너무 멀리 헤엄쳐 나간 나머지 깊은 해류에 휩싸여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다. 거대한 절망 앞에서, 해류에 휩쓸렸을 땐 힘을 빼고 물결에 몸을 실어 떠내려 오라던 어른들의 말을 기억해 낸 위화는 배영 자세로 하늘을 천장 삼아 먼바다를 떠다닌다. 이윽고 밤이 내려앉고 쏟아지는 별빛과 달빛 아래, 소년은 기적적으로 해안가에 다다라 목숨을 건지게 된다.

정치범들을 공개 형장에 세웠던 문화대혁명 시기, 사형수 앞에서 판결문을 낭독해야 했던 소년 위화의 에피소드도 작가가 살아온 삶의 주요 장면 중 하나다. 대중 앞에 섰을 때의 말더듬증에 대한 공포와 걱정이 컸던 그는 형장에서의 떠듬거리는 낭독을 통해 대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고 사형수마저 크게 웃게 만든다. 명이 다해가는 사형수에게 마지막 웃음을 주었던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말더듬을 극복한다. 하지만 작가는 여전히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거나 글을 쓸 때 불길한 징조와 긴장감을 느낀다며 인간적인 면모를 털어놓기도 한다.

<산곡미풍>은 위화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산문집으로, 수필이라는 형식을 빌려 작가가 경험했던 인생의 주요 순간들에 대한 고백을 이어간다. 매질을 하던 아버지, 밀레니엄 이전 중국의 풍경, 가난했던 시절 늘 함께했던 허기와 삶에 대한 갈증이 작품 곳곳에 배어 있다. 그리고 <산곡미풍>(산골짜기에 불어오는 산들바람)의 세계는 동양 철학의 반박귀진(反朴歸眞, 꾸밈없는 본래의 순박함으로 돌아간다)의 세계로 이어진다.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은 작가는 거대한 시대적 시류로부터 시선을 돌려, 산골짜기 나뭇잎을 흔드는 미풍처럼 작지만 확실한 세계를 이야기한다.

이윽고 산골짜기의 미풍은 다시 산을 채우고, 비워내며 다른 장소로 이동하며 생명을 나른다. 가득 찬 공간에는 바람이 불지 않는다는 진실을 담는다. 위화는 내면의 욕망과 집착을 비워내야만 영혼을 깨우는 미풍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는 사색적 명상의 세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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