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베 용어'는 이미 교실에서 표준어이자 공용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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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는 소수의 되바라진 아이들의 치기 어린 행동이라고 했고, 또 다른 누구는 섣불리 침소봉대하지 말라고 나무랐다.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는 '문자'까지 써가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고 골백번 떠들었지만, 되돌아온 건 마뜩잖다는 반응뿐이었다.
10대 아이들의 극우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12.3 윤석열 내란'과 '서부지법 폭동'의 충격이 가시지 않았던 작년 가을, 요즘 아이들의 실상을 다룬 책을 출간했지만, 독자들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기울어진 교실'이라는 자극적인 제목 탓인지, 제자들에 대한 뒷담화라거나 좌익 교사의 편향된 글이라는 비난까지 감수해야 했다.
개인적으론, 윤석열이 파면되고 내란 세력을 단죄하는 과정에서 극우화의 기세가 꺾이기는커녕 목소리가 더더욱 커질 걸로 예상했다. 탄핵을 반대한 정치 세력과 불쏘시개 노릇을 해온 극우 언론과 유튜브가 그들의 든든한 뒷배가 돼줄 게 분명했다. 그때나 지금이나 그들은 '공생 관계'다.
늘 그렇듯 '슬픈 예감'은 빗나가지 않았다. 지금 중고등학생 남자아이들의 경우엔 이미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 일베 사이트에 들락거리는 아이의 숫자가 몇 명인지 따지는 건 한가한 대응이다. 그 숫자를 극우화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면 오산이다.
이른바 '일베식 용어'가 이미 아이들 사이의 표준어이자 공용어가 됐다. 일과 중 교실이나 복도, 운동장 어디에서도 쉽게 들을 수 있고, 이젠 서술형 시험 답안을 작성할 때도 버젓이 사용할 만큼 보편화되었다. 평소에 워낙 자주 듣다 보니, 교사들 사이에서도 경각심이 없다.
학교에서 '일베'는 소수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일베식 용어'의 특징은 오로지 재미만 추구한다는 점이다. 역사적 의미나 사회적 맥락 따위는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다. 국가 폭력에 의한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행위조차 서슴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절대 반지' 삼아 온갖 만행을 일삼고 있다.
'일베식 용어'는 SNS를 통해 화수분처럼 양산된다. 자고 일어나면 '신조어'가 생겨나고 몇몇 아이들 사이에서 암호처럼 통용되다가 오래지 않아 또래 아이들 모두에게 보편화하는 양상을 띤다. 그 말의 의미를 모르면 또래 집단에 낄 수 없고, 순식간에 왕따로 내몰리기도 한다.
아이들이 교실과 복도 한구석에 삼삼오오 모여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파묻은 채 낄낄대고 있다면, '신조어'를 공유하며 학습하는 시간이라고 보면 된다. '신조어'의 학습엔 예문처럼 영상이 동반되며, 서로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하나같이 혐오와 조롱으로 분칠된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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