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다니는 초등학교 위험한데... "영업 비밀이라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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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산이란 산을 발파해 건설에 쓰이는 골재, 즉 모래와 자갈, 돌을 채취하는 곳이다. 아파트 한 채를 짓는 데도 수백 톤의 골재가 들어간다. 도로, 댐, 철도도 마찬가지다. 골재는 현대 건설의 가장 기본적인 재료이고, 그 수요는 줄어들 기미가 없다.
석산이 들어서면 마을은 달라진다. 발파 작업의 충격이 인근 건물 벽에 균열을 만든다. 돌가루가 날아와 빨래를 못 널고 장독을 열지 못한다. 시골길 위로 하루에 수십 대가 넘는 덤프트럭이 오간다. 골재를 세척하는 과정에서 나온 오염수가 인근 저수지로 흘러든다. 허가를 받을 때는 '복구 계획'을 제출하지만, 산을 다 파낸 자리에 나무 몇 그루를 심어놓고 복구라 부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채석장은 사유지이기 때문에 주민이 안으로 들어가 실태를 확인할 수도 없다.
이런 시설이 왜 유독 농촌에 집중되는가. 땅값이 싸고 인구가 적기 때문이다. 도시 인근에서는 주민 반발이 거세고 땅값도 비싸 허가를 받기 어렵다. 반면 농촌은 상대적으로 저항이 약하고 규제도 느슨하다. 거기에 한 가지 구조적 함정이 더 있다. 이미 석산 허가를 받은 지역 인근은 '기존 허가 사례'가 있다는 이유로 추가 허가가 쉬워진다. 업체들은 한 곳을 파내고 나면 바로 옆 다른 곳을 신청한다. 한번 허가가 나기 시작한 마을에 업체들이 계속 몰려드는 것은 이 때문이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만든 옹동면환경연대
전북 정읍시 옹동면이 바로 그런 곳이다. 지도를 보면 이 인구 1600여 명의 작은 농촌 마을이 처한 상황이 한눈에 들어온다. 채석장, 토사채취 업체, 골재 채취 업체, 폐기물 처리업체가 면을 빙 둘러싸고 있다. 1997년 상두산에 첫 채석장이 들어선 이래 외곽에 하나둘 자리를 잡은 석산이 어느새 5곳이 됐다. 주민들은 그것으로 끝나는 줄 알았다.
2021년, 한 업체가 면 소재지 바로 옆 목골 지역에 '영구골재선별장' 설치를 신청했다. 골재선별장이란 석산에서 채취한 돌을 크기별로 분류하고 파쇄·세척하여 골재를 판매하는 곳이다. 특정한 공사 기간 중에만 사용하고 철거하는 경우는 임시 골재선별장, 기간 제한 없이 계속해서 운영되는 경우는 영구 골재선별장이다. 그 위치가 옹동초등학교에서 도보로 10분 거리였다. 면사무소가 있고, 아이들이 뛰어노는 운동장이 있는 면 소재지 지척에 매일 덤프트럭이 오갈 처지가 된 것이다.
"우리가 가만히 있으면 옹동면 전체를 다 석산으로 만들 수도 있겠구나." 옹동면 주민들이 전국 유일의 면 단위 환경단체 '옹동면환경연대'를 만든 것은 이러한 위기의식에서였다.
주민들은 싸웠다. 그리고 이길 수 있었던 데는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2022년 7월, 새 시장이 취임한 뒤 정읍시의 태도가 달라진 것이다. 정읍시가 목골 선별장 사업 신청에 불허 처분을 내렸고, 소송에서는 주민들과 함께 보조참가인으로 나섰다. 대법원까지 가는 소송 끝에 목골 영구골재선별장을 막아냈고, 상두산 채석장의 연장 신청도 불허됐다.
그러나 그 사이에도 기존 채석장의 사업 연장 신청, 새로운 채석 사업 신청이 줄줄이 들어왔다. 목골과 정골 등지에 새로 들어오려는 업체들의 사업 신청이 이어졌다. 끝이 없었다.
사업계획서는 '영업비밀', 설명회는 '요식행위'
각각의 사업 신청이 들어올 때마다 주민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사업계획서를 보는 것이었다. 어떤 장비가 들어오는지, 저감 대책은 무엇인지 확인해야 피해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영업비밀이라 안 됩니다."
간신히 열람을 허락받은 경우에도 복사는 안 되고 눈으로만 봐야 했다. 옹동면환경연대 엄성자 정책기획실장은 황당한 경험을 털어놓았다.
"저희 같은 주민들이 관련 자료를 잠깐 넘겨봐서 뭘 알겠어요? 전문가가 보면 30분이면 문제를 알 수 있겠지만, 저희는 제대로 살펴보는데 일주일이 꼬박 걸려요. 그러니까 복사를 해서 가져가야 하는데, 그걸 못 하게 막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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