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사기 소송 15년... 못 이길 것 같던 싸움에 '승리'를 만들어낸 사람
한국은 아파트를 짓기 전에 계약을 통해 미리 분양받는 선분양제를 유지하고 있다. 시민들은 모델하우스를 둘러본 뒤 건설사를 믿고 아직 지어지지 않은 주택을 계약한다. 건설사는 선분양을 통해 사업 자금을 확보한다. 선분양제가 문제없이 운영된다면 모를까, 허위·과장광고와 부실시공 등 각종 폐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며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집으로 가는 먼 길>의 저자 이종수 회장도 이러한 문제를 직접 겪었다. 그는 2008년 경기도 고양시 덕이동 일산 파밀리에 아파트를 분양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분양 당시 홍보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시행사는 제2자유로 덕이IC 설치와 단지 내 영어마을 조성 등을 홍보했지만, 덕이IC 사업은 이미 취소된 상태였고 영어마을 역시 실현 불가능한 계획이었다.
이종수 회장은 입주자협의회장으로 선출돼 수분양자들(분양받은 사람들)과 함께 시행사와 협상을 진행하고 부실공사 문제를 감시했다. 2011년 부실시공 현장이 확인되자 수분양자들의 분노는 폭발했고, 3천여명이 고양시청 앞에서 촛불집회까지 열었다. 이후 계약자들은 허위분양과 공사지연, 하자문제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 잔금납부와 입주를 거부하고 시행사를 상대로 각종 소송에 나섰다. 2012년 시행사와 일부 합의를 통해 입주가 이뤄졌지만, 금융기관들로 구성된 대주단의 반대로 소유권 이전이 무산됐다.
2014년 시행사가 파산하면서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분쟁 상대는 시행사를 넘어 금융기관과 국세청,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으로 확대됐다. 국세청은 시행사 측의 미납 세금을 분양계약자들의 잔금으로 충당하려 했다. 법원의 파산관재인은 모든 분양계약자를 상대로 개별 잔금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맞서 이종수 회장과 수분양자들은 흔들리지 않고 국세청·파산관재인의 행동에 대처하고, 여러 소송들에서 승소하며 법적우위를 확보해 나갔다.
수차례 조정과 협상 끝에 2023년에 이르러서야 입주자협의회와 파산관재인·시공사가 최종 합의에 도달했다. 추가 비용 없이 소유권을 이전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결국 수분양자들은 분양계약 체결 후 15년, 즉 5475일 만인 2024년 아파트 소유권 등기를 마무리하며 긴 분양사기 투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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