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교수에서 안달 난 중독자로... 최민식이 무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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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이야기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영화를 보고, 드라마를 보고, 웹툰을 읽고, 게임을 한다. 이 모든 건 세상의 재미있는 이야기들이다. 단지 형태가 다를 뿐이다. SNS를 열면 누군가의 삶이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우리는 그 콘텐츠들을 보면서 웃고, 분노하고, 안타까워한다. 때로는 내가 모르는 낯선 사람이나 이야기 속 인물들의 인생에 내 감정을 쏟아붓기도 한다. 우리가 수시로 접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은 이제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이 됐다.
그런데 우리는 왜 그렇게 다른 사람의 이야기에 쉽게 빠져드는 걸까. 단순히 재미있기 때문에 거기에 몰입하는 걸까. 어쩌면 그건 다양한 콘텐츠 안에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남의 성공을 보며 나의 부족함을 떠올리고, 누군가의 실패를 보며 위안을 얻기도 한다. 결국 우리는 모든 이야기를 자신의 기준으로 해석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마음속 깊이 숨겨두었던 열등감과 자격지심을 꺼내 바라보게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맨 끝줄 소년>은 바로 그 지점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이야기에 중독된 인간은 결국 무엇을 잃게 되는지, 그리고 그 이야기가 가장 먼저 무너뜨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첫 번째 감정] 허문오의 자격지심
허문오(최민식)는 처음 등장했을 때만 해도 꽤 그럴듯한 인물로 보인다. 그는 소설을 발표한 경험도 있고,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다. 까칠하고 고집스러운 성격 때문에 다소 권위적인 꼰대처럼 보일 뿐, 적어도 자신의 분야에서는 인정받은 어른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이강을 학생으로서 만나게 되고 그가 제출한 과제를 읽는 순간부터 허문오라는 인물은 전혀 다른 얼굴을 드러내게 된다.
이강의 과제는 아주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건 허문오가 평생 갈망했던 글쓰기 재능이었다. 현실과 허구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사람을 끌어당기는 힘, 다음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문장, 독자의 감정을 흔드는 능력. 허문오는 학생의 과제를 읽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끝내 갖지 못했던 재능을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그는 점점 이강의 이야기에 빠져든다. 실제 자신이 아는 인물들이 이강의 이야기에 등장하면서 허문오는 온전히 이야기 속으로 자신을 던져버린다. 그건 점점 단순한 흥미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열등감을 표출해내는 과정이 되어간다.
시리즈가 후반부로 갈수록 허문오의 얼굴은 눈에 띄게 변한다. 처음의 냉정하고 권위적인 교수는 사라지고,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못해 안달하는 이야기 중독자의 얼굴이 남는다. 그 과정에서 그는 첫사랑에 대한 미련도, 성공한 친구 김수훈을 향한 질투도, 작가로서의 실패감도 모두 드러낸다. 결국 허문오를 무너뜨린 것은 이강의 이야기가 아니라, 오래전부터 마음속에 숨겨두고 있었던 자격지심이었다. 그게 온몸으로 표출되는 순간, 그의 주변과 현실은 완전히 무너져간다.
[두 번째 감정] 이강의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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