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툴러도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 결과

'책을 낸다'는 말을 들으면 누군가는 이름부터 떠올린다. 유명한 작가이거나, 방송에 자주 나오는 사람이거나, 특정 분야에서 이름을 알린 전문가일 것으로 생각한다. 나 역시 오랫동안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서 책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그것은 언젠가 이루면 좋을 막연한 꿈에 가까웠다.
나는 평범한 경찰관이다. 특별한 문학 교육을 받은 적도 없고,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은 적도 없다. 경찰 제복을 입고 하루를 시작해 시민들을 만나고, 퇴근 후 틈틈이 원고를 쓰는 사람이었다. 그저 오래전부터 '언젠가 내 이름이 적힌 책 한 권쯤은 세상에 남기고 싶다'라는 소박한 바람을 품고 살아왔을 뿐이었다.
처음 글을 세상에 공개한 것은 2000년 7월이다. 지금도 그때 오마이뉴스에 쓴 글을 떠올리면 얼굴이 조금 붉어진다. 기사라고 부르기에도 민망할 만큼 서툴렀고, 내가 근무하던 경찰서의 소식을 전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세상을 향해 글을 쓴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아주 좁은 세상만 바라보고 있었던 셈이다.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했다. 서툴러도 멈추지는 않았다.
경찰관이 된 뒤 오랜 시간 나는 주로 내근 부서에서 근무했다. 행정 업무가 대부분이었다. 큰 사건도, 드라마 같은 이야기도 많지 않았다. 하루하루는 성실했지만, 글감이 될 만한 특별한 일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한동안은 글도 뜸해졌다. 전환점은 경찰의 최일선인 지구대와 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 찾아왔다.
112신고는 매일 반복된다. 하지만 같은 신고는 단 한 건도 없었다. 같은 골목에서 발생한 신고라도 사람은 달랐고, 사연은 달랐으며, 그 안에 담긴 감정도 모두 달랐다. 울면서 전화를 거는 사람도 있었고,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 문턱에서 경찰을 찾기도 했다.
현장을 경험할수록 깨달았다. 세상에는 기사보다 더 기사 같은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때부터 나는 현장에서 느낀 것들을 하나씩 기록하기 시작했다. 오마이뉴스에 글을 쓰고, 블로그에도 올렸다. 특별한 사건만 골라 쓰지 않았다. 오히려 평범한 하루 속에서 발견한 작은 의미를 기록하려고 애썼다. 시민들과 나눈 짧은 대화, 신고 현장에서 느낀 책임감, 경찰관으로 살아가며 배운 삶의 태도까지 글감은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었다.
그 기록은 어느새 습관이 되었다. 지난해에는 '112순찰차 출동합니다'를 매주 한 편씩 연재했다. 한 주도 거르지 않겠다고 스스로 약속했고, 마감은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퇴근 후 노트북 앞에 앉아 새벽까지 원고를 다듬은 날도 적지 않았다.
처음에는 원고지 3천 자를 쓰는 데 다섯 시간 넘게 걸렸다. 문장을 고치고 또 고쳤다. 한 단락을 완성하는 데 한 시간을 쓰는 날도 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시간이 흐르자, 글 쓰는 속도보다 생각을 정리하는 힘이 먼저 자라기 시작했다. 지금은 같은 분량을 훨씬 짧은 시간 안에 쓸 수 있게 되었다. 재능이 늘었다기보다 꾸준함이 나를 조금씩 바꾸고 있었다.
물론 글을 쓰는 길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재작년에는 출판을 결심하고 기획서와 원고를 정리해 여러 출판사에 보냈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냉정했다. 한 곳, 두 곳, 세 곳…. 거절 메일은 열 통이 넘었다. 내용은 조금씩 달랐지만, 결론은 같았다. 지금은 출간이 어렵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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