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직속 빛의 위원회, 첫 지역 행보 '세종 간담회' 개최

지난 6월 26일 공식 출범한 대통령직속 '빛의 위원회(위원장 박미경)'가 첫 지역 순회지로 세종을 택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지역 시민사회는 위원회 출범을 환영하면서도, 역사 기록의 '국가 독점'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이들은 관 주도 사업이 기존 시민사회의 성과를 훼손해선 안 된다며, 지역·단체별 역사성을 살리는 기록 보존과 기념, 민주주의 교육, 철저한 내란 청산과 사회 대개혁 등 본질적인 역할에도 집중해 줄 것으로 요청했다.
대통령직속 빛의 위원회는 2024년 12월 3일 비상계엄 당시 헌정 질서 파괴 시도에 맞서 민주주의를 지켜낸 국민의 헌신을 기리고 계승하기 위해 올해 3월 제정된 '빛의위원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라 설립됐다. 위원회 사무실은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가 위치한 세종시 어진동에 마련됐다.
박미경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회 지원단 관계자들은 15일 오전 세종시 반곡동에서 '국민의견 수렴을 위한 세종지역 간담회'를 열고 지역 시민사회와 첫 공식 소통에 나섰다. 이 자리에는 김갑년 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 가명현·이혜선 전 윤석열즉각퇴진세종비상행동 공동대표 등 세종지역 시민사회 대표 1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모두 12·3 내란 당시 세종지역의 시민저항 운동을 최전선에서 이끈 실제 주역들이다.
이날 위원회 측 보고에 따르면, 당초 위원회 핵심 사업으로 검토됐던 '빛의 인증서(12·3 항거에 동참한 시민 개인을 발굴해 공적을 공식 인증해 주는 제도)' 발급 사업은 시민사회의 신중론을 적극 수용해 '감사장 전달 및 기록·기념사업 다각화'로 방향을 선회했다. 개인별 공적 인증이 자칫 투쟁 주체들 간의 선을 긋거나 운동의 순수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현장의 우려를 반영한 조치다.
위원회는 앞으로 ▲국회·광화문 등 상징적 장소에 기념물 설치 및 명예도로명 부여 ▲12월 3일 '(가칭)국민 주권의 날' 국가기념일 지정 추진 ▲기록물 수집 및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 ▲전시회·다큐멘터리 제작 ▲K-민주주의 연구 및 교육 콘텐츠 개발 등을 중점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이달 말부터 국민신문고를 활용한 기록물 기증 시스템을 개통해 사진과 영상, SNS 게시물, 일기, 메모, 현수막, 피켓, 응원봉 등 당시 시민들의 다양한 기록물을 접수할 계획이다. 기록물은 온라인뿐 아니라 세종과 서울에 설치되는 접수센터를 통해 실물 기증도 가능하며, 향후 디지털 아카이브 구축과 전시, 기록집 제작 등에 활용될 예정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세종 시민사회 대표들은 정부 주도의 기념사업이 가진 맹점을 날카롭게 짚으며, 위원회가 나아갈 방향에 대한 기대와 조언을 가감없이 쏟아냈다.
김갑년 세종민주화운동계승사업회 이사장은 "혁명은 정치와 제도가 시민을 지켜내지 못했을 때 수많은 사람이 두려움과 고통을 감수하며 선택하는 역사의 비상 수단"이라며 "이 위원회의 궁극적 목표는 단순히 하나의 혁명을 기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이상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12·3 내란은 우리의 기억과 교육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며 "위원회의 성공은 몇 사람에게 인증서를 발급했느냐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시민이 다시 거리에서 목숨을 걸지 않아도 헌법이 지켜지는 사회를 얼마나 만들어 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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