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 잃던 날 못 먹은 파스타, 결혼 12주년에 먹습니다

하늘 사진을 찍는 사람이 참 좋다. 바쁘고 찌든 일상 속에서도 가던 길을 잠시 멈추고, 그날그날 선물처럼 펼쳐진 하늘을 한 번쯤 올려다보는 사람이 좋았다. 언제부터였을까. 지나가다 하늘 사진을 찍는 사람을 보면 괜히 호감이 갔다. 한때 나도 하늘 위로 자주 고개를 드는 사람이었다.
며칠 전 누군가 물었다.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가장 먼저 무엇을 보고 싶냐고.
어쩐 일인지 바로 대답이 나오지 않았다. 사실 이제는 무언가를 간절하게 보고 싶어 하며 살지 않게 된 이유였다. 애초에 눈이라는 감각 기관이 내게도 존재하기는 했는지 그 기능과 용도가 가물가물해지는 탓도 있다. 보이지 않는 삶에 적응하는 동안 다른 감각들이 자리를 넓혀 갔다. 무언가를 미치도록 보고 싶다는 마음도 어느새 조금씩 옅어지는 것 같다.
"와, 하늘 너무 예쁘다."
어제 저녁, 남편과 주방에서 함께 저녁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서쪽으로 난 창문 밖으로 하늘이 발그레하게 물들고 있는 모양이었다. 남편은 하던 일을 멈추고 창문을 열어 휴대폰 카메라로 하늘 사진을 찍었다.
"나도 보고 싶다. 예쁜 하늘."
나도 모르게 툭 하고 새어 나온 말이었다. 웬만해서는 무언가를 보고 싶다는 말을 잘하지 않는 편이다. 그 말을 들은 사람의 마음이 잠시 멈칫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어쩌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들 때문일까? 그 말은 내가 가장 절제하게 된 문장이기도 하다.
곧 우리 부부는 결혼 12주년을 맞는다. 생각해 보면 남편은 나와 살면서 다채로운 감정의 계절을 지나왔다. 마흔이라는 시간을 지나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니면 대문자 F와 오래 살아서인지 요즘 남편은 부쩍 감정 표현이 많아졌다.
예쁘다. 좋다. 아쉽다. 한때는 효율과 정답을 먼저 말하던 대문자 T였는데, 이제는 감정의 단어들도 제법 자연스럽게 꺼내 놓는다. 나를 대신해 하늘 사진도 제법 잘 찍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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