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진보 성향
나는 임신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대통령의 이 발언을 환영한다
오마이뉴스

14일 이재명 대통령이 초기 임신단계에서 임신 중지를 위해 복용하는 약물, 이른바 '미프진' 도입 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에선 허용이 안 돼 여성들이 해외 직구로 복용하는 모양"이라며 "정부에 어려움이 있더라도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것"이라고 말했다.
모자보건법 개정 전이라도, 낙태 허용 범위와 투약 주수를 둘러싼 원론적 논쟁에 갇혀 진전이 없는 상황을 지적하며 나온 발언이었다. 나는 이 지시를 나 자신의 문제로 여기며 환영한다.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나는 임신할 계획이 없는 레즈비언이고, 통념대로라면 이 약은 나와 가장 거리가 먼 의제여야 하니까.
그러나 낙태권은 페미니즘의 오래된 의제였고, 무엇보다 한국의 2030 여성들이 거리에서 자기 목소리로 밀어 올린 의제였다. 2016년 10월, 검은 옷을 입은 여성들이 서울 도심을 채웠다. 그해 9월 보건복지부가 임신중절 시술 의사의 자격을 정지할 수 있게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대한 분노에서 시작된 시위였다. 폴란드와 아일랜드의 시위와 국경을 넘어 조응한 '검은 시위'는 한국 여성 운동사의 하나의 분기점이 되었다. 2015년의 페미니즘 리부트, 그해 강남역 살인사건에 대한 문제제기와 맞물려 온·오프라인의 페미니스트들이 새로이 조직됐고, 그 흐름은 2019년 4월 낙태죄 헌법불합치 선고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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