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시대의 물 부족, '댐 건설'보다 '물 순환'이 답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좌우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인공지능(AI) 산업단지 조성이 본궤도에 올랐다. 대규모 자본과 인프라가 집중되는 지금, 전력만큼이나 시급한 과제가 있다. 바로 공장 가동의 필수 조건인 안정적인 공업용수 확보다. 그러나 지금 우리가 붙들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장래 물 부족 규모가 얼마인지 따지는 수치 공방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반도체 공정이 실제로 돌아가야 할 4년 안에 필요한 물을 어떻게 현실적으로 확보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과거에는 물이 부족하면 댐을 새로 짓거나 기존 댐을 높여 공급량을 늘리는 방식이 통했다. 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의 물 문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신규 댐 건설은 긴 사업 기간과 막대한 비용, 환경 훼손, 주민 수용성이라는 높은 장벽을 동시에 안고 있다. 더구나 극심한 가뭄이 반복되는 상황에서는 큰 댐을 지어도 채울 물이 부족할 수 있다. 이제는 공급 확대만으로 문제를 푸는 시대가 아니라, 한정된 물을 더 잘 돌리고 더 효율적으로 쓰는 시대로 정책의 중심축을 옮겨야 한다.
첫째,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시설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기존 물 관리 체계를 하나의 시스템으로 묶는 일이다. 영산강·섬진강 유역에는 댐, 보, 하구둑, 농업용 저수지 등 다양한 인프라가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이 시설들이 관리 주체와 목적이 달라 따로 움직인다는 데 있다. 디지털 트윈과 AI 기술을 활용해 기상 자료, 하천 유량, 저수량, 방류 시점을 실시간으로 연계하면 지금 있는 시설만으로도 가용 수량을 훨씬 더 효율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여기에 미계약 용수를 공업용수로 신속히 전환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수리권을 데이터 기반으로 재조정한다면 대규모 토목공사 없이도 적지 않은 물을 확보할 수 있다.
둘째, 향후 4년 안에 확실한 공급 성과를 내려면 동복댐 증고만을 유일한 해법처럼 다뤄서는 안 된다. 동복댐 높이기 사업은 과거 수몰 피해를 겪은 주민과의 갈등, 지자체 간 상수원 규제 문제, 가뭄 시 식수 우선권을 둘러싼 대립 등 적지 않은 사회적 비용을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절차가 길어질수록 첨단산업단지 조성 일정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 반면 광주의 하수 재이용수는 이미 도심 안에서 안정적으로 확보되는 수원이다. 하루 최대 30만 톤까지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규모도 작지 않다. 기존 하수처리장 부지 안에 고도 정수시설을 확충하는 방식이라면 공사 기간을 줄이고, 지역 간 물 분쟁 가능성도 크게 낮출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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