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능력 뛰어난 후보도 이길 수 없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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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현재 살고 있는 곳은 제주시 조천읍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녹색당 후보로 도의원 출마를 결심한 후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 선거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당원들과 논의하고 스스로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비례대표 의원 선거에 나가기로 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지역구 의원 후보에 비해 비례대표 의원 후보는 정당 이름을 걸고 정책으로 도민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다.
둘째, 비례대표 의원 후보는 제주도 전체 도민을 대상으로 하기에 조천읍에 살고 있지 않은 당원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선거 운동을 할 수 있다.
셋째, 조천읍에 살기 시작한 지 고작 9년차에 해당하는 내가 지역 정서가 강한 조천읍에서 출마할 경우 당선 가능성이 0에 가깝다.
조천읍 지역주민들은 오랜 역사를 가진 마을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이 크고 선주민들의 결속력 역시 남다르다. 역대 조천읍 지역구 의원의 면면을 보면 지역에서 나고 자란 경우가 대부분이고 마을에 여전히 살고 있는 친인척들과 학교 선후배들이 후보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을 한다. 조천읍에서 나고 자라지 않았고 읍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니지 않은 나에게는 없는 것들이다.
비례대표 의원 후보로 나서 몇 달간 열심히 선거준비와 선거운동을 했다. 6월 3일 저녁에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다. 최종적으로 녹색당 득표율이 가장 높았던 투표소는 이호투표소, 도두투표소, 대정투표소, 조천투표소 순이었다.
이호는 내가 나고 자랐던 곳이고 도두는 나의 모교인 초등학교 소재지다. 대정은 정의당 비례 후보로 출마하기로 했던 이의 지역이고 조천은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연과 혈연의 영향력이 투표 결과에서 고스란히 확인됐다. 지연과 혈연 등을 배제하고 정당의 비전과 정책을 내세우며 시민들의 선택을 끌어내겠다고 약속했지만 막상 선거에 돌입하니 투표 가능성이 높은 지연과 혈연으로 얽힌 집단을 배제할 수 없었다.
혈연, 학연, 지연
녹색당은 인지도와 당선가능성 기성 정당에 비해 한참 떨어진다. 선거 기간 거리에서 만난 시민들 중에는 녹색당의 존재를 모르는 이들이 꽤 많았고 심지어 정당 지지율로 배정되는 비례의원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세상에서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 구경과 불구경이라는 말처럼 언론은 거대 양당 내부의 당권 투쟁이나 양당 간 권력 투쟁 이슈를 반복적으로 지겹게 다룬다. 다양한 정치적 목소리가 건강하게 토론할 공간은 사라지고 시민들은 싸움 구경을 흥미롭게 지켜보면서 동시에 정치에 대한 혐오를 키워간다. 거리에서 많이 들었던 말 중 하나는 '뽑히고 나면 깨끗했던 놈도 다 똑 같아진다'는 것이다. 중앙 언론이 다루지 않는 소수정당은 지방선거에서 한참 뒤쳐진 출발점에서 경기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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